작지만 강한 기업의 비밀│(33) 쎄크

X-레이 발생장치 원천기술 보유

2020-11-12 10:59:19 게재

산업용 X레이 검사장비 국내 1위

2차전지·CT 검사장비 개발 눈앞

매출액 14% 연구개발에 투자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전기차배터리 사고 제로화에 도전했다. 전량 수입하는 암치료기 개발에도 나섰다. 근거있는 자신감이다. 이미 반도체와 전자부품의 나노급 불량을 잡아내는 산업용 엑스레이(X-ray) 검사장비시장 국내 1위에 올라있다. 엑스레이 핵심 부품인 '엑스레이 발생장치' 기술을 보유한 덕이다.
지난달 29일 김종헌 쎄크 대표가 수원 본사에서 엑스레이 검사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회사 전망도 밝다. 전기자동차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산업용 X-ray 검사장비 수요도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바로 수원시 권선구 수원일반산업단지에 본사를 둔 쎄크(SEC)다.

지난달 29일 방문한 쎄크는 1991년 설립됐다. 전자빔기술 기반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엑스레이 검사장비, 선형가속기(LINAC), 주사전자현미경 등 크게 세 종류다. 2019년 기준 매출액 348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소부장 강소기업 100'으로 선정됐다.

X-ray 검사장비는 매출액의 약 65%를 차지한다. 방사선을 활용해 반도체 칩 및 전기·전자부품의 미세한 불량을 잡아내는 기기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앰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 칩 불량검사에 활용되고 있다.

쎄크 경쟁력은 기술력에 있다. 반도체용 검사기기는 정밀성과 속도가 관건이다. 방사선량을 최소화하면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는 정밀 X-ray 발생장치(튜브, Tube)를 2006년 국내 최초 개발했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튜브 덕에 한 번에 0.3초 내 20마이크로미터(㎛) 크기 미세불량을 측정할 수 있다.

X-ray 검사장비를 구현하는 방식 중 하나인 인라인-에이엑스아이(In-line AXI)시스템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오픈 튜브(Hybrid open Tube)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로 초고속, 고정밀, 고배율을 구현했다. 최근에는 1~2㎛ 초미세 결함 검출이 가능한 튜브도 개발해 초소형 반도체 칩의 불량 검사에 사용하고 있다

김종현 대표는 "최근 배터리 폭발사고는 주로 2D 검사받은 배터리로 오류를 완벽히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3D 검사까지 가능한 쎄크 검사장비를 이용하면 제품 오류를 빠르고 정확하게 걸러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쎄크의 3차원(3D) 검사장비는 병원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처럼 반도체 주변을 회전하며 엑스레이를 쏘고 3D로 재구성해 불량을 찾아내 정확도가 높다. 촬영에서 분석까지 3.5초 내에 끝낸다. 3D 기기는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모바일·전기차용 이차전지 검사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5년께 상용화한 선형가속기는 고(高)에너지 엑스레이를 발생시켜 제품 내부를 검사할 수 있는 장비다. 화물용 컨테이너, 항공 엔진, 방산용 제품 등 검사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선형가속기를 활용한 컨테이너 보안 검색기 가격은 기존 제품의 20% 수준이어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주사전자현미경'은 나노급 입자까지 관찰할 수 있다. 대형 주사전자현미경과 동일한 성능을 갖춘 '탁상형 주사전자현미경'을 2006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세계에서는 일본 히타치에 이어 두번째로 상용화했다. 김 대표는 "초소형, 초경량, 사용자 편리 기능에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내년 상반기에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쎄크 기술력은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에 근거하고 있다. 연구개발비는 매출액의 14%에 이른다. 개발인력은 178명 직원 중 40%가 넘는다. 김 대표 자신도 1983년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기술자다. 최근에는 암치료기, 의료용 CT X-레이 발생기, 의료용 선형가속관 등 의료기기 분야에 도전 중이다.

김 대표는 "쎄크 성장 비결은 '최고, 정도, 신의'를 통해 핵심기술 개발에 정진해 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설립 30주년을 맞는 쎄크는 신사업 진출을 발판으로 매출 8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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