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분리수거↑ 경비노동자 업무부담↓

2020-11-25 11:03:09 게재

성동구 아파트마다 '분리배출봉사단'

업무환경 실태조사·권익옹호 홍보전

"쓰레기 분리수거뿐 아니라 순찰 단속 청소… 업무범위가 엄청나요. 그런데 잠깐 자리를 비우면 잡쓰레기도 함께 버리고 엉망이 돼요. 다시 차근차근 분리하는 수밖에 없죠."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단지 경비반장 조 모(69)씨는 "분리수거를 제대로 해달라고 하면 '당신 일을 왜 떠넘기느냐'고 한다"며 "말투가 명령조라거나 '갑질한다'는 주민도 있다"고 호소했다. 그가 경비로 일한지 2년간 한결같던 풍경이 최근 들어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재활용 쓰레기는 늘었는데 업무부담은 줄었다. 주민 10여명이 분리배출 도우미로 나섰기 때문이다.

성동구가 경비노동자 근로환경 개선과 입주민 소통을 위해 아마트단지마다 분리배출 봉사단을 꾸렸다. 봉사단은 매달 한두차례 분리배출에 참여, 주민들에 올바른 배출방법을 알린다. 사진 성동구 제공


성동구가 경비노동자 근로환경 개선과 경비원·입주민 소통을 위해 '분리배출 봉사단'을 꾸리고 '슬기로운 분리배출' 홍보전에 나섰다. 2014년 강남구 한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가 분신한 이후 처우개선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5월 강북구에서도 폭행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7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성동지부와 함께 '공동주택 근무 근로자 인권보호 협약'을 맺고 '상생 주거문화 조성'에 나섰다. 봉사단은 그 일환이다.

12개 공동주택 단지가 우선 참여, 10여명씩 봉사단을 꾸렸다.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과 공동체 활성화 모임 회원, 통장 등을 중심으로 봉사자를 모집했다. 주민들은 관련 교육을 받은 뒤 매달 한두차례 재활용품 수거일에 주민들과 함께 분리배출을 하며 올바른 배출법을 알린다.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은 상태로 배출하는 '비헹분섞' 원칙 공유는 기본. 재활용품으로 분리를 하더라도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일반 쓰레기나 매한가지가 된다. 컵라면 용기나 은박지 등을 재활용품으로 분류하는지, 유리병과 알루미늄 뚜껑을 분리해야 하는지 등 주민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도 전한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택배상자는 대표적인 골칫거리 중 하나다. 테이프나 택배송장 철핀 등을 제거한 뒤 접어서 배출해야 하는데 통상 안에 든 물건만 빼낸 뒤 던져놓곤 한다. 다음달부터 일반 플라스틱과 구분해서 내놔야 하는 투명페트병에 대한 정보도 취약하다. 상표 등이 인쇄된 라벨을 떼어내지 않은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수년간 이어온 공동주택 활성화 사업도 봉사단 활동에 한몫을 한다. 성수동 중앙하이츠만 해도 활성화단체 회원 8명이 주축이 됐다. 박인숙 활성화단체 대표는 "친환경그린아파트 만들기를 하면서 어린이와 함께 분리배출 체험 등 쓰레기 관련 봉사활동을 해왔다"며 "봉사단 활동이 경비원 고충을 이해하고 주민과 경비원, 주민간 갈등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동영상과 홍보물을 제작해 온·오프라인으로 공유, 봉사단 활동을 지원한다. 여기에 더해 88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업무환경 실태조사를 진행, 권익옹호에 나선다. 경비초소와 관리장비 개선, 휴식시설 기준 마련, 공동 샤워·세탁시설 개선, 독립된 취사·식사공간 마련 등 조사원들 제안을 바탕으로 다음달 홍보전을 펼칠 예정이다. 내년에는 경비노동자 스스로 업무 개선과제를 찾는 간담회,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련 기관까지 참여하는 업무환경 개선방안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동구는 주거형태 80%가 공동주택"이라며 "분리배출 봉사단 활동을 계기로 공동주택이 중심이 돼 입주민과 근로자간 존중·배려하는 상생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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