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과 그린 융합한 ‘제조업 뉴딜’이 시급하다

2020-11-26 12:24:14 게재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세계는 패권경쟁에서 혁신경쟁 시대로 전환될 전망이다. 미국이 공정무역과 다자주의를 표방하면서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힘쓸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경쟁은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오바마정부에서 적극 추진하다가 트럼프정부에서 중단된 첨단제조업 혁신정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은 혁신환경은 오바마정부 때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트럼프정부가 미국기술 활용을 차단하면서 중국은 자력갱생으로 혁신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발 제조업 혁신경쟁 가속화

미국발 제조업 혁신경쟁은 세가지 측면에서 글로벌 산업구조를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혁신 측면에서 제조업은 디지털과 그린 혁신을 융합함으로써 지능화 탈탄소화 플랫폼화를 실현하고 과거와 차별화되는 혁신제조업으로 탈바꿈해나갈 것이다.

둘째, 무역 측면에서 각국은 자국 일자리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것은 유지하겠지만 보호주의로부터 다자주의와 공정무역으로 변화해나갈 것이다. 끝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수요부진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주력산업들의 공급과잉 현상이 보편화되고, 글로벌 치킨게임과 산업구조조정이 세계 각국의 핫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산업구조의 변화는 세계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미국과 중국은 디지털 혁신, 유럽은 그린 혁신이 주도하는 제조업 혁신에서 성과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에 대한 각국의 대응과 성과도 판도 변화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인데, 양국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는 유동적이다. 여하튼 3국의 판도 변화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와 같이 미국 우위가 유지된다고 해도 제조업과 무역의 내용이 크게 변할 것이다.

세계 판도의 변화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고 선도국가로 도약하려면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조업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혁신성과를 융합하면서 제조업 혁신을 추구하는 ‘제조업 뉴딜’이 필요하다.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 선제 대응 위해서는

제조업 뉴딜의 핵심은 크게 세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산업생태계 개념을 실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중핵기업(keystone)을 중심으로 전후방기업들과 기능별 지원 기업·기관들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둘째, 생태계의 중핵기업은 ‘동반성장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최근 대기업들의 세계적 추세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여 산업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포스코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확립하고 공급사·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실천해왔다. 셋째, 생태계 차원의 산업공유자산(industrial commons) 확보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에서 창출된 혁신 성과는 모두 산업공유자산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디지털과 그린을 제조업 뉴딜로 수렴(convergence)해 새로운 세계 판도 변화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