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TMI│(25) 보험사 설명의무

'고지의무'보다 '설명의무'가 먼저

2020-11-30 11:41:30 게재

보험계약자가 중요사항 안 안렸더라도 보험사가 제대로 설명하는 게 우선

누구나 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가입한 보험이 정확히 어떤 건지, 무엇을 보장해주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보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별 걸 다 이야기하는 '보험 TMI'(Too Much Information)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보험소비자는 보험 계약 전 중요한 사항에 대해 보험회사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을 계약자의 '고지의무'라고 합니다.

만약 건강보험에 가입하려는 계약자라면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보험사에 알려야 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병원에서 진단받은 질병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죠. 보험사가 처음부터 건강검진 결과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상해보험의 경우 보험 가입 시 직업이나 운전 여부 등을 묻습니다. 보험사고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를 보려는 것입니다. 보험사는 사안에 따라 면책(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음)을 적용하거나 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오토바이를 자주 운전하는 사람이 보험 계약 때 오토바이 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는 보험금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설명의무란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해야 할 의무를 뜻합니다.

올해 초 대법원은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알리지 않고 계약한 보험계약자와 보험사간 보험금 소송에서 "보험회사는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이 보험계약의 인수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서 보험회사에 고지돼야 하고, 이를 고지하지 않을 경우 보험계약이 해지돼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보험계약자 측에 상세하게 설명했어야 한다"면서 계약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계약자인 A씨는 아들을 피보험자로 한 건강보험에 가입했는데 가입 당시 A씨의 아들은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오토바이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A씨는 보험계약 청약서에 첨부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의 질문표 중 오토바이 운전여부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후 A씨 아들은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 사망했고 A씨는 이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보험사는 A씨의 아들이 보험 계약 전부터 오토바이를 주기적으로 운전하고 있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고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고지의무 위반이 있었더라도 당시 보험설계사가 피보험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오토바이 운전과 관련된 사항'에 관해 명시·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상 보험회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계약자의 '고지의무'와 보험사의 '설명의무' 중에서 보험사의 설명의무가 먼저라는 지적입니다.

당시 보험사는 "보험약관에 정해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대해서까지 보험계약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피보험자가 이륜차를 운전하는 경우에 이를 고지해야 한다는 것은 상법의 규정으로부터 당연히 예상되는 내용이거나 이 규정의 내용을 부연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상법이 정하는 고지의무의 내용을 확대 내지 구체화시키는 것으로 별도로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계약자가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사로부터 지급 거절을 당한 경우, 보험사가 계약 당시 설명의무를 충분히 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참고자료: 월간손해보험 11월호)

[보험 TMI 연재기사]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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