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환수율 작년대비 40% 낮아

2020-11-30 11:41:30 게재

첫 발행 이후 최저수준

한은 "코로나19 영향"

국내 최고액권인 5만원권의 환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화폐는 시중에서 유통된 후 다시 한은으로 환수되는 경로를 거치는데, 5만원권의 경우 환수율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5만원권 환수율 평가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발행한 5만원권 환수율은 25.4%로 지난해 같은 기간(64.8%)에 비해 39.4%p나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0월까지 발행한 5만원권 총액은 21조9000억원인데 환수액은 5조6000억원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 기간 환수율은 5만원권을 처음 발행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화폐 환수율은 특정한 기간 동안 발행한 총액대비 환수액의 비율이다.


5만원권 환수율이 낮은 것은 그동안 계속돼 왔던 현상이다. 지난해 1년간 5만원권 환수율은 60.1%로 전체 화폐 환수율(71.3%)에 비해 11.2%p 낮았다. 다만 지금까지는 발행액과 환수액이 함께 줄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발행액은 늘었는 데도 환수액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현상과 관련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이례적 현상으로 분석했다. 특히 숙박 및 음식점업, 여가 서비스업 등에서 대면 상거래가 부진하면서 현금 사용이 크게 줄어든 영향을 꼽았다. 숙박 및 음식점업이나 서비스업은 자영업자 비중이 큰데 업황이 부진해지면서 5만원권이 돌아오는 길이 막혔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들 업종은 과거보다 신용카드 거래가 많이 늘었다고 해도 아직 현금 사용 비중이 크다"며 "자영업자의 3분의 2 이상이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금융기관에 현금을 입금하고, 입금액이나 빈도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코로나19의 확산과 경기의 불확실성에 따른 예비용 현금 수요의 증가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했다. 대면 상거래 부진으로 5만원권 환수액은 줄었지만 안전자산 선호 등 예비용 수요로 발행액이 증가한 점이 이유로 꼽혔다. 한은 관계자는 "수요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시중 유동성이 많이 증가한 상황에서 저금리 등으로 현금보유 성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5만원권이 숨는 것과 관련 일각에서 우려하는 지하경제로의 유입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액권 수요 증가와 환수율 하락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며 "지하경제 유입 등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예비용 수요 확대 등 경제적 충격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라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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