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 수익률, 2년 연속 전년대비 하락 전망

2020-11-30 11:47:27 게재

12월 채권금리 박스권 등락 … 내년에도 약보합세 전망

3차 재난지원금 반영, 국채 확대, 채권시장 부담 불가피

올해 국내 채권 수익률은 2년 연속 전년대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음 달 채권금리는 박스권에서 등락하며, 내년에도 위험자산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채 금리는 대외금리에 연동된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채권수익률 비관론 확대 = 30일 금융투자업계 채권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채권수익률이 전년대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장기 채권금리가 제로금리 수준까지 하락하며 채권수익률에 대한 비관론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위험선호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으로 대거 선회했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국내채권 수익률 (KRX종합채권지수 기준)은 1.8% 수준으로 2019년 3.5%, 2018년 4.7% 보다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는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침체 우려 심화 등 채권 강세 재료들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국고채 발행 등 비우호적 수급여건이 채권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최근 미국 국채 시장 변동성 확대 등 대외금리 상승 압력도 채권가격 약세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국내 채권시장은 일부 단기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간에서 금리 상승압력이 나타났다. 월 초에는 미국 대선관련 불확실성이 미국 국채 금리의 하락을 유발했고 국고채 금리도 동조화 흐름이 나타났지만 이후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며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가능성이 낮아짐과 동시에 시장 분위기는 반전됐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백신 관련 기대감과 주가 지수 상승 등도 국고채금리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 월말에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3차 재난지원금 지원 기대감이 발생하며 국고채 시장에 추가 공급 부담으로 작용했다. 11월 금통위에서 올해 및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조정된 점도 매수 심리 위축요인으로 보인다.

◆외국인 이탈과 단기시장 불안 =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재정거래 자금 위축으로 인해 원화채권 유입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정거래 자금 이탈에도 불구하고 원화채권 시장에서 중장기 보유성향의 외국인투자비중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11월 말 기준 현재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 잔고는 148.4조원으로 집계된다. 올해 1월 초 대비 약 24조원 증가했다. 연간 유입 증감 기준으로는 2018년 이후 최대 규모다. 국고채 10년 이상의 장기 국채 매수세가 확대된 점도 특징적이다.

김 연구원은 "누적순매수 기준으로 올해 외국인의 10년 이상 국고채 순매수 규모는 10.3조원"이라며 "단기적으로 이탈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재정거래 자금에 한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달 초 150조원까지 잔고가 확대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수준에서 135조원까지 보유 잔고 축소가 발생해도 1년 이하단기물에 국한될 전망"이라며 "중장기 이상 채권에 대한 보유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외금리 연동 …약보합세 지속 = 국내 금리는 당분간 대외금리에 연동된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충돌하면서 보합권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중 국고채 10년물은 1.662%까지 상승한 이후 추가 상승은 제한됐다.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 확대되는 가운데 재닛 옐런 전 연준의장의 재무장관 임명 소식 또한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높이면서 한국 채권시장은 약세로 마감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볼 때 국내 수출 개선과 함께 국내 성장이 양호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한편, 글로벌 경기 회복 탄력이 둔화되고 있는 점은 이와 상충된다.

수급상으로는 12월 발행 물량 축소와 내년도 국채 2년물 발행으로 인한 수급 부담 완화 등이 채권시장의 추가 약세를 제한시킬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시각이 상향조정되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은행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1.1%로 상향조정하고 2021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기존 2.8%에서 3.0%로 올렸다. 올해 (-) 전망치를 축소해 기저효과가 약해지는데도 불구하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까지 상향 조정했다는 의미는 국내 경기 반등에 대한 한국은행의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기할만한 점은 내년 민간소비, 설비투자는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는데 수출과 건설투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투자의 경우 기존 (-) 전망에서 (+) 전망으로 수정됐는데 하반기 (+)폭이 크게 조정됐다. 강 연구원은 "내년 수주물량을 민간과 공공으로 분리해보면 민간은 줄고 공공은 증가한다"며 "결국 한국은행의 2021년 성장률 전망에는 내년 초 정부의 대규모 토목 공사(예타 면제 등) 및 재정집행 진도율 가속화 등이 이미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채 위주 투자 권고 = 채권전문가들은 아직 장기채 저가매수에 나설 때가 아니라며 단기채 위주의 투자를 권고했다. 당분간 한국은행은 다소 매파적인 견해를 이어가고 한국은행의 개입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가 확인된 이후 단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적으로 정부지출의 집중도 역시 내년 1분기 가장 높다"며 "아직 장기채매수를 서두를 필요는 없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단기채 투자를 통한 방어적 포지션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 또한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향후 채권금리의 상승요인이 우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바이든 정권 출범에 따른 영향이 미국 장기금리 상승압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단기채를 중심으로 하는 방어적인 투자전략을 좋다"고 제안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