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통합 운명의 시간 ‘초읽기’

2020-11-30 10:48:51 게재

법원, 오늘이나 12월 1일 결론 … ‘3자 신주배정 불가피성’이 핵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에 분수령이 될 법원판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르면 오늘, 늦어도 12월 1일 결론 날 전망이다. 다음달 2일이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25일 KCGI측이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진행했다. 산업은행이 참여하는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발행을 막아달라는 주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재판부는 심문에서 양측 의견을 들은데 이어, 상대방 주장에 대한 반박서면을 제출받았다. 재판부는 주말동안 반박서면 등 양측입장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산업은행에 대한 3자 신주배정이 불가피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제3자 신주배정은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KCGI측은 이번 유상증자가 재무개선보다는 조현태 한진그룹 회장 경영권 방어를 위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자신들이 한진칼 이사회에 유상증자 참여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채 제3자 발행을 결정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나아가 의결권 없는 우선주나, 대출, 자산매각 등을 통해서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가능하다는 게 KCGI측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은 적법한 절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법,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에 적시돼 있는 '경영상 목적 달성의 필요'를 바탕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또 이번 결정은 항공산업 존폐를 위협하는 코로나19라는 사상초유의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고 국내 항공산업의 장기적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는 시급성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산은에 대한 3자배정 유상증자라는 주장이다.

KCGI측이 유상증자 외 대안으로 제시한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의결권 없는 우선주에 대해서는 산은이 의결권을 갖고 직접 주주로 참여해야 건전·윤리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채발행이나 자산매각 주장에 대해서는 “회사이익보다는 지분율 지키기만 급급한 이기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KCGI측은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이라는 상환부담 없는 자기자본 확보방안이 있는데도 원리금 상환의무가 따르는 사채발행이나, 지속적 수익원인 자산을 매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도 촉박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연말까지 긴급히 필요한 자금이 6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이때까지 자금투입이 불발되면 신용등급 하락, 각종 채무의 연쇄적 기한이익 상실, 자본잠식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등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2~3개월 걸리는데다, 경영권 분쟁 때문에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돼 필요자금 조달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자산매각 역시 적시에 필요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산은에 대한 3자배정 불가피성’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아시아나 인수작업은 무산될 수도, 탄력받을 수도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은 산은의 자금투입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5000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3000억원은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어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나서고, 한진칼이 증자에 참여한 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자하는 수순이다.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를 갖추게 된다.

한편 KCGI측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주말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 진정성과 의지만 있다면 산업은행이 의결권 없는 우선주나 대출만으로도 인수가 가능하다”며 “이제라도 재판결과와 상관없이 딜(협상) 진행이 가능함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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