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의 문화자각과 문화강국건설

2011-11-30 14:14:37 게재

1945년 일본이 투항한 후 모택동은 국민당임시수도 중경에 가서 장개석과 43일의 평화담판을 했다. 내전을 우려한 전 중국인이 지켜보았다. 공산당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당시 국민당통치구역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공산당군대를 지식이 없고 문화도 없는 초망(草莽)영웅으로만 인식했다. 문화인들이 더욱 그랬다.

모택동은 시 한수로 그 인식을 일거에 바꾸어 놓았다. 당대문인 류아자에게 드린 심원춘(沁園春) 이라는 사패(詞牌)의 시였다. 1936년 2만5000리 장정 끝에 섬북에 도착한 후 징키스칸과 당대 풍류인물을 비교한 시였다. 시에서 드러난 흉금과 기백, 문학적 재능은 문화인들에게 강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모택동의 시에 매료된 당대 유명한 문인들이 앞 다투어 화답시를 내놓았다. 이 유명한 문화사건은 당대 문화인들과 엘리트들이 공산당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택동은 늘 문화가 없는 군대는 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것은 중경담판 후 불과 4년 만에 정권을 탈취한 저력이기도 했다. 일본이 투항하면서 민족영웅으로 떠받들렸던 장개석의 국민당정부는 결국 도덕상실과 부패로 정권을 잃은 것이다.

5000년의 문화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문화의 위력은 무엇보다 강했다. 그런 중국에 요즘 문화가 없다고 하면 아마 어불성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문화의 핵심가치는 바로 그 민족이 동질감을 느끼는 가치관이다. 도덕관이다. 바로 그 핵심가치가 소실됐다면 어떨까?

중국의 문화상실 심각한 지경

중국이 앓고 있는 가장 큰 병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문화의 핵심가치관이 소실돼간다고 한다. 그 뿌리를 찾자면 아마 문화를 혁명화한 문화대혁명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그 혁명은 전통문화와 서방문화를 일소해 버린 혁명이었다. 결과적으로 문화가 공백이 돼갔다. 개혁개방은 바로 그 공백위에서 진행됐다.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은 G2라고 표현할 만큼 발전했다. 그렇지만 그 발전에 비해 도덕과 정의를 핵심가치관으로 하는 문화발전은 왜소했다. 문화공백의 많은 부분은 배금주의와 금전만능의 가치관에 메워지면서 공산당이 정권을 잡을 때 일소하였던 온갖 잡탕문화가 비리와 부패의 온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화민족이 제일 위험한 시각에 이르렀다"고 한다. 중국 국가(國歌)에 나오는 가사이다. 일제 침략에 맞선 생사존망의 시각을 이른 것이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중국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는 바로 이 문화상실 즉 도덕과 정의의 상실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18명이 무감각하게 죽음을 지켜 본 두 살짜리 여아 사건은 중국인들을 패닉상태에 몰아넣었다. 백 년 전 대문호 노신이 통탄하였던 그 무감각과 냉담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심각한 문제의 치부에 메스를 들이댄 것이 바로 중국공산당 17기 6중 전원회의에서 내놓은 '결정'이다. 문화건설을 의제로 문화강국 건설을 선언한 것이다. 문화대개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정곡을 찌른 것만은 틀림없다. 핵심은 도덕건설이고 문화자질의 제고이다.

사실 중국공산당이 문화건설을 강조한 것은 이번만은 아니다. 그동안 정신문화건설, 도덕건설을 수 없이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속적인 효과는 보지 못했다. 그동안 중국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수많은 공자학원도 세우고 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결국 중국인들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핵심가치관이 사라졌기 때문인 것이다.

주목해야할 문화강국 건설 선언

이제까지 중국은 경제건설목표는 확고했다. 문화건설목표는 상대적으로 확실치 않았다. 투자도 미약했다. 이제 중국인들은 땜질식의 임시조치가 아니라 문화체제를 개혁해 전통적핵심가치관의 뿌리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쉽지는 않다. 가치관의 정립과 도덕의 재건은 몇 세대를 거쳐야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세계가 좋아하는 중국, 책임감 있는 중국, 매력 있는 중국을 만들어가자면 문화라는 이 소프트파워를 제대로 건설해야 한다.

김구 선생이 말했듯이 문화의 힘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도 행복을 주는 것이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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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