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결제 논란, 해넘겨 격렬해질 듯

2020-12-09 11:12:14 게재

한은, 금융위 금융결제 권한침해 반대 확고 … "중앙은행 고유권한 무력화"

국회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올해는 일단 처리 안할 듯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금융결제업무 권한을 둘러싼 다툼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10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어 쟁점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제출한 '전자금융거래법'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일단 이 법이 올해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은은 이달 초만해도 금융위와 여당이 개혁입법을 명분으로 올해 강행처리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 아직 상정이 되지 않았고, 사실상 내년으로 심의가 넘어가며서 시간을 벌었다는 인식이다.

한은 관계자는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추가적으로 들어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안을 제출한 의원이고, 소관 상임위원장이기 때문에 지급결제 제도와 관련해 소상히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 내부에서도 금융위가 일방적으로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성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지난 7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내놓고, 빅테크 업체 등의 금융사업 진출을 확대하려고 할 때는 결제업무까지 정부가 관여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내부에서는 한 때 "금융위에 당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한은 내부에서는 금융결제에 대한 중앙은행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며 절대 물러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급결제의 최종적 귀결은 화폐화에 있고, 법적으로 화폐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은 중앙은행만 갖고 있다"며 "이번 법안은 중앙은행이 가지는 고유한 권한을 행정조직인 금융위가 개입할 여지를 주는 것으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가운데 한은이 반발하는 핵심 내용은 빅테크 및 핀테크 업체의 내외부 거래시 지급결제거래 관리 권한을 금융위가 갖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금융위가 금융결제원 등 전자지급거래 청산기관의 허가 및 취소와 시정명령, 기관의 임직원 징계 권한 등을 갖는 내용이다.

이에 앞서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의원은 지난달 27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등 신규 라이센스 도입과 진입규제 등을 포함한 전자금융업 규율체계 △대금결제업자에 대한 소액 후불결제 업무 허용 △금융플랫폼 운영에 관한 이용자 보호체계 △국내외 빅테크 금융산업 진출에 대한 관리감독체계 △금융 보안·리스크 관리 감독체계 확립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법안 제출이후 향후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한은과 금융위, 관련 업계 등의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실제로 은행과 카드 업계 등 기존 금융권은 빅테크 업체들이 각종 금융사업의 권한을 누리면서 금융업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윤 의원은 법안 제출과 함께 "법안 발의 후에도 여론과 야당의 의견 등을 경청하고,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충분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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