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자 찾는다’ 광고 올린 남성, 미국에선 위장수사로 검거

2020-12-16 11:29:17 게재

미 형사 “아동청소년 성착취 안된다는 사회적 경고의 메시지”

한국에는 ‘온라인그루밍’ 처벌법 없어 … ‘위장수사’도 못해

“한 남성이 ‘나는 어린 여성을 찾고 있다’는 광고글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신분을 위장해) 47분간 대화를 나눴고 이 남성이 14세 여자아이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남성은 체포됐고 재판으로 넘겨져 1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또 다른 한 남성은 미성년 여성을 원한다고 직접적으로 적지는 않았지만 여자친구를 원한다고 광고를 냈죠. (신분을 위장하고) 대화를 해본 결과 그는 14세 여자아이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이틀 동안 대화를 나눴고 호텔에서 만나기로 약속해 결국 체포했어요. 이 남성은 자신이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든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남성도 10년형을 선고받았어요.”

미국에서 형사로 근무중인 웨인 니콜스는 위장(잠입)수사를 통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그루밍 성범죄에 대응하고 있는 실제 사례를 설명했다.

15일 아동성착취 근절을 위한 NGO인 엑팟 코리아(탁틴내일)가 개최한 글로벌 웨비나에서다.

니콜스는 “만약 경찰이 위장수사를 통해 이들을 잡아내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인터넷 상에서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것”이라며 “어린 여성을 찾는다는 광고를 냈다는 이유로 10년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동청소년을 성착취하는 사람은 심각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리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글로벌 웨비나에선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온라인그루밍과 관련한 각국의 현황과 대응이 소개됐다. 온라인그루밍은 인터넷이나 다른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목적으로 접근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에선 온라인그루밍을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는 범죄자에게 위장수사를 허용하고 있다. 각종 SNS에 올라오는 글을 보고 범죄자를 찾아내거나, 경찰이 직접 글을 올려 범죄자를 찾아내기도 한다. 니콜스 형사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을 보고 수사에 착수하기도 하지만 경찰이 직접 어린아이인 척 글을 올린 후 성범죄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검거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온라인상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 유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10년형을 받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빨리 온라인그루밍 처벌법과 위장수사 등이 실현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실종아동착취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63개국이 온라인그루밍을 처벌하는 법제를 갖추고 있다.

한국은 아직 법제를 갖추지 못한 나라 중 하나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충격을 준 이후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온라인그루밍 처벌체계 마련,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물의 제작.유포.소지 등을 근절하기 위해 위장수사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계류중이다. 권현정 탁틴내일 부소장은 "온라인그루밍은 각종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시작점"이라면서 "현행법으로 처벌되지 않는 부분을 메꿔줄 온라인그루밍과 관련한 입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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