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구글 인앱결제' 불공정거래 혐의입증 자신감

2020-12-31 11:31:19 게재

구글, 30% 수수료 의무화

시행시기 9월로 늦췄지만

공정거래법 3조·23조 위배

현장조사, 실태조사 마쳐

글로벌 IT기업인 구글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공정위는 구글의 혐의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가 구글이라는 점이다. 구글은 미국에 본사를 둔 공룡IT기업이다. 조사과정에서 미국이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의 경우에도 조사착수에서 최종결론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미국 상무부를 매개로 한 '무언의 압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국내외 대형로펌을 등에 업고 '지리한 법리논쟁'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크다.

3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구글코리아를 현장조사한 데 이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앱을 출시한 국내 게임·음원·웹툰 업체 등을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를 마쳤다. 구글이 내년 9월부터 모든 콘텐츠에 대해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결제액 30% 수수료로 떼기로 한 조치를 겨냥해서다. 앞서 지난 11월 법무법인 정박과 공동 변호인단이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구글을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했다.
구글의 앱 수수료 30% 부과는 '독점 폐해' | 박준석(왼쪽부터), 정종채 변호사, 화난사람들 최초롱 대표, 민고은 변호사가 구글이 앱 장터 ‘구글플레이’의 결제 수수료 30% 부과 방침 등과 관련해 '불공정거래행위시장지배적 남용행위 신고와 불공정약관 심사청구'를 위해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 높아 = 공정위 안팎에서는 구글의 이번 조치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금지한 공정거래법 3조2항과 불공정거래해위를 규제하는 같은 법 23조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조사의 핵심은 구글의 이런 조치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가격 결정', '끼워팔기'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우선 구글이 의무화를 예고한 수수료율 30% 강제부가는 공정거래법 3조2항과 23조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상품의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부당한 가격결정 행위'다. 같은 법 시행령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가격을 현저하게 상승시키는 행위'도 규제하고 있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측은 "수수료율 30%가 과다하다는 것은 업계 공통 인식이며, 결국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독점업체인 구글이 자사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는 인앱결제를 의무화한 것은 다른 결제 서비스 사업자 활동을 방해하고, 앱 개발사의 결제 서비스 선택권을 박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법 3조2항과 23조5항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이나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 구글 현장조사 =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최근 구글코리아 본사를 찾아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앱을 출시한 국내 게임·음원·웹툰 업체 등을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를 마쳤다.

그동안 구글은 게임 앱에 대해서만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결제대금 수수료율 30%를 적용했는데 지난 9월 대상을 모든 앱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예를 들면 소비자가 특정 앱에서 음원·웹툰을 유료 결제하면 대금의 70%는 앱 운영사가, 30%는 구글이 가져가는 식이다. 구글은 당초 새로 등록한 애플리케이션(앱)은 내년 1월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9월 말부터 인앱결제 의무를 적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IT업계와 중소기업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사실상 모바일 관련 사업을 하는 모든 중소기업들이 구글에 매출의 30%를 '상납'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에서 관련 규제법안이 논의되자 구글은 내년 9월 말로 인앱결제 의무화 시기를 미뤘다.

시장에서는 현재 구글에 30%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국내 음원, 웹툰 등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구글이 결제금액의 30%를 수수료를 떼 갈 경우, 이들 업체의 매출은 줄고 서비스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지난달 인터넷기업협회 토론회에서 인앱결제 수수료로 인한 매출 감소 규모를 2조1127억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앞서 공정위는 이달 중순께 경쟁 운영체제(OS) 탑재 방해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구글에 발송했다. 또 국내 게임회사인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이 자사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만 앱을 출시하도록 강요한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는 내년 초에 구글 측에 보낼 계획이다.

◆9월 이전 결론 낼 듯 = 공정위 조사사건의 경우 통상 1년 넘게 걸리는 경우가 많다. 조사대상 업체가 반발할 경우 2~3년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신속하게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내년 9월말부터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업계·소비자 피해를 막으려면 그 전에 사건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조사신고 한달여 만에 전격 현장조사에 나선 것도 이런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공정위의 현장조사는 상당한 법리연구를 거친 이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강제수사권을 갖는 사법기관의 압수수색과 달리, 공정위 현장조사는 사실관계의 현장확인 정도에 머물기 때문이다.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가 시작되면 모바일을 매개로 사업하는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고율의 수수료를 물어야 하고, 이에 따른 가격상승 영향이 사실상 모든 소비자에 미친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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