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신년 벽두부터 '검찰개혁 제도화' 고삐 죈다

2020-12-31 11:55:45 게재

박범계 장관·김진욱 처장 '비검찰' 사령탑 지명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상반기 중 수사·기소 분리"

'공수처 중립성·권력수사 압박' 의구심 해소 관건

"검찰개혁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31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본인의 역할을 규정했다. 그는 검찰개혁 방향과 관련해선 "청문회에서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지만 문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선 단언했다. 문 대통령은 박 장관 후보자 지명에 앞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둘다 판사출신으로 법무부와 공수처에 '비검찰' 사령탑을 앉혀 사법개혁 특히 검찰개혁을 끌고 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단계 검찰개혁 과제인 '수사·기소권 완전분리'를 내년 상반기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내년 1월 중순 쯤 공수처가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여권이 상반기까지 검찰개혁을 위한 고삐를 죄 제도화 얼개를 마무리 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내정 소감 밝히는 박범계 |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내정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비검찰' 내세운 검찰개혁 = 문 대통령이 비검찰 출신의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예상된 결과다. 검찰개혁을 고삐를 검찰출신에 맡겨서는 불가하다는 뿌리깊은 불신의 산물로 평가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국면에서 대통령이 보여왔던 인식의 연장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윤 총장 징계정지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욱·박범계 후보자가 해당 분야 경력과 전문성 등을 갖춘 인사라는 점에서 검찰개혁 2단계로 불리는 제도화를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평가도 있다. 기존 '비검찰' 사령탑을 통한 검찰개혁의 기조는 이어가면서 전문성과 개혁마인드를 갖춘 인물을 통해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직후인 30일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 협조관계가 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며 "그것이 저에게 준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방향과 관련해 박 후보자는 "국민의 목소리, 국회, 교섭단체로부터 충분히 의견수렴을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31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검찰개혁 제도화에 대한) 여러가지 안이나 방안이 나올 것이니 경청이란 표현을 쓴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인 방향은 검찰개혁"이라고 못박았다.

◆민주당 '검찰 수사권' 재손질 = 민주당도 검찰개혁 2단계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이른바 '추-윤 갈등'으로 비친 공방보다 입법 등 제도화 전략으로 넘어가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기소의 완전분리를 위한 로드맵을 완성하고 조속히 법제화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통과시킨 검·경수사권 조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상황에서 한발 더 나가 검찰의 수사권을 제외시키고 기소전담 기구로 한정하는 제도화 작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년간 검찰제도 운영을 지켜보면서, 검찰이 불공정하고 편의·재량에 의해 검찰권을 행사하는 관행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반성하고 개혁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를 했었지만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며 "공수처 출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1단계 검찰개혁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중단 없이 검찰개혁 시즌2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30일 회의에서 "근본적 법 개정, 제도개혁을 통해서 대한민국 검찰이 2020년 이전의 낡은 검찰권력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도록 불가역적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시선으로 봐야" = 관건의 여권의 이같은 검찰개혁 의지가 국민적 동의를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이다. 검찰개혁을 위한 비검찰 인사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인사원칙처럼 적용돼 왔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중이 바뀐 적도 없다. 오히려 추진과정에서 여권이 보여준 행태가 검찰개혁 방법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회의석을 앞세운 공수처법 일방적 개정을 밀어붙인 직후 공수처에 대한 지지여론이 약화된 여론조사 결과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법무부와 청와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에 대해선 반대입장을 나타낸 여론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1월 중순 쯤으로 예상되는 공수처의 구성과 실제 활동상에 대한 평가가 1차 관문이 될 전망이다. 처장 임명 후 차장 등 수사인력 배치와 1호 사건 등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김대중정부 이후 진보정권이 검찰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강조해 온 독립기구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달려 있다.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2단계 제도화라고 강조하지만 수사권 조정 시행 첫해에 바로 완전분리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우려가 나온다. 이철희 전 민주당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검찰개혁 1단계로 수사권 조정을 시행하는 첫해에 바로 2단계를 추진하는 것은 검찰에 대한 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찰개혁은 차근차근 국민을 설득하면서 법과 제도로 완성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말하는 사실보다 국민께서 받아들이는 인식이 훨씬 더 무섭다"고 강조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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