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용역대금 안주다 패소

2021-01-05 11:29:56 게재

'온비드 하자' 주장하면서 '낙찰 늘어' 보도자료

법원 "잔금 지급하고, 계약보증금 국가귀속도 안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온라인 공매시스템인 '온비드' 구축 사업 비를 주지 않다가 법원에서 패소해 뒤늦게 용역대금을 지급하게 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8부(심재남 부장판사)는 딜로이트컨설팅 등이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용역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2014년 9월 캠코로부터 차세대 온비드 시스템 구축을 의뢰받은 서울지방조달청은 딜로이트컨설팅과 대교씨엔에스를 선정해 64억8000만원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딜로이트와 대교씨엔에스는 2015년 12월 9일까지 용역을 완료키로 했지만 납품기간을 이듬해 2월에서 6월로 두차례 늦췄다.

새 온비드 시스템은 2016년 6월 7일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서비스가 시작되는 시점에 완성률은 90%를 넘지 않았다. 통합검색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시스템이 전체 다운된 적도 있었다.

캠코는 감리업체의 점검 결과를 지속적으로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감리업체가 시정조치를 재확인 한 결과 점검 대상 29건 중 적합이 9건만 나왔다. 나머지는 부적합이나 점검 제외 등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딜로이트와 대교씨엔에스 등은 6월 말이 되자 사업이 종료됐다며 캠코에서 모든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캠코는 "사업 완료여부를 점검한 결과 2124건 점검 대상 중 완료율이 89.4%"이라며 "2016년 8월 8일까지 구체적 조치계획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부정당업자 제재 및 지체배상금을 청구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맞서 딜로이트는 잔금 중 자신들 지분인 12억9000만원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지방조달청은 12월 "캠코 공사의 최종검토결과 사업불이행으로 결정돼 계약보증금을 국고에 귀속조치하고,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딜로이트는 계약 이행을 완료했기 때문에 잔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두달 뒤인 2017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최종 결과물인 온비드 시스템을 캠코가 나름대로 시험 및 검사를 거쳐 인수한 후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며 "2016년 6월 7일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이 완료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장애나 오류 등 하자가 발생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다"며 "이는 일정 기간 동안 시스템을 운용하면서 그 장애나 오류의 원인을 신속하게 찾아 조치함으로써 안정화시키는 것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청업체에 용역대금을 주지 않은 캠코는 자신들의 시스템이 개선됐다며 '자화자찬'하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는 재판에서 중요 증거로 쓰였다.

캠코는 2017년 1월 "온비드 시스템을 통해 2016년 한해 19만명 국민들이 입찰에 참여했고, 낙찰건수도 전년보다 10% 증가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재판부는 "시스템에 계속적이고 치명적 오류가 발생해 완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면 이러한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재판부는 또 "시스템 하자와 관련 된 부분은 일의 완성 여부가 아닌 보수 또는 유지·보수의 대상"이라며 "원고가 이 사건 잔금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지 못한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단 시스템이 완성된 상태로 판단했기 때문에 하자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용역대금을 안 주는 것이 아닌 손해배상을 통해 받아내는 게 적절하다는 의미다. 다만 딜로이트 등은 사업비를 초과 지출한 이상 용역대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캠코가 딜로이트에게 잔금 12억9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또 조달청은 이 사업이 완료되지 못했다고 보고 딜로이트 측의 계약보증금 4억8000만원을 국고에 귀속했다. 재판부는 "딜로이트와 대교씨엔에스는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고 시스템을 인도했으므로 계약보증금 국고귀속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와 자산관리공사는 물론 딜로이트 측도 1심 판결에 불복해 최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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