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안고 출발하는 바이든

2021-01-14 11:25:48 게재

취임뒤 상원 탄핵심리로 각료인준 영향 … 국론분열·국정의제 잠식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 하원으로부터 탄핵 당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재임 중 두 번이나 하원 탄핵을 받은 치욕의 역사를 썼다.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전체 435석의 과반을 훌쩍 넘긴 232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공화당 의원 10명도 탄핵대열에 합류했다. 하원 의석 분포는 민주당 222석, 공화당 211석이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소추안 표결 결과가 하원TV에서 제공하는 TV방송 화면에 비치고 있다.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탄핵 소추안을 찬성 232명, 반대 197명의 과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워싱턴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따른 권력남용 및 의회방해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 당했다. 당시에는 공화당 의원 모두가 반대표를 던지며 단일대오를 유지했고, 상원에서 탄핵안이 기각돼 트럼프 대통령은 직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 공화당 하원 서열 3위로 당 의원총회 의장인 리즈 체니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징후다.

반대표를 행사하긴 했지만, 공화당 서열 1위인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당론을 정하지 않아 사실상 의원들의 자유 투표에 맡겼다.

이처럼 공화당까지 가세해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경찰을 포함해 5명의 생명을 앗아간 유례 없는 의회난동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관심은 상원의 탄핵 여부다.

상원에서는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3분 2인 67명이 찬성해야 한다.

100명의 의원 중 현재 공화당이 51석,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이 48석, 공석 1석이다. 최근 치러진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2석을 모두 쓸어 담은 만큼 이들에 대한 취임이 이뤄지면 양 진영은 50석씩 반분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탄핵되려면 공화당에서 최소 17표의 반란표가 나와야 해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권력이양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전에 상원이 결론 낼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상원의 탄핵 절차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 20일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으로 새 정부는 탄핵정국 속에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는 뜻이다.

조지아 연방 상원의원 2명이 임기를 시작하면 그때부터 민주당 척 슈머 원내대표가 상원을 이끌어 신속히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CNN방송은 심리에 며칠은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각료 인준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결국 바이든 정부는 출범 시점에 탄핵안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회복 등 현안 해결에 투입해야 할 임기 초반의 '골든 타임'이 방해를 받을 수 있다.

임기 출발점부터 탄핵 문제로 여야 대치 상황이 연출되고 국론이 분열될 경우 새 정부의 국정 의제가 묻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바이든 당선인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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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