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 폐광산 우라닌(형광물질) 유출사고
쌍용천 도달까지 15년? 단 3일 만에 유출됐다
자체 지하동공 시험 중 사고 … 대책위 "사업철회"
쌍용양회는 지난 12일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중인 폐광지에서 침출수 유출을 확인하기 위해 형광물질인 '우라닌'을 물과 함께 투입했다. 그 결과 우라닌은 불과 3일 만인 15일 오전부터 쌍용천으로 유입됐다.
쌍용양회 폐광지에 폐기물매립장을 만들 경우 맹독성 침출수가 곧바로 쌍용천으로 유입되고 이는 2km 하류인 서강을 통해 남한강으로 흘러들어 수도권 상수원 오염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서강 본류 뒤덮은 초록색 형광물질 = 6일 오전 사고현장은 우라닌(형광물질) 유출을 차단하는 공사로 분주했다.
쌍용천 옆 우라닌 유출 장소는 영월군 한반도면 후탄리 동네 주민들이 오래 전에 식수로 이용했던 샘이었다. 샘으로 연녹색 형광물질인 우라닌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고 수습은 이중으로 물막이를 한 상태에서 유출된 우라닌을 양수기로 퍼올려 플라스틱 물탱크로 옮기고 이걸 다시 물차로 운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장에서 만난 쌍용양회 관계자는 "우라닌은 형광물질이고 생태계에 미치는 독성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굴삭기로 물막이를 보강하고 더 이상 유출되지 않도록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태 쌍용양회산업폐기물매립장반대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유출 사고를 확인하고 바로 영월군에 연락해 양수기 등 군 농업기술센터 장비를 투입했다"며 "사고 초기에 유출된 우라닌이 상당량 서강 본류까지 흘러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2km 하류에 있는 서강-쌍용천 합수지점으로 내려가보았다. 2020년 10월 31일 어류 조사에서 멸종위기2급 '꾸구리' '돌상어' '묵납자루' '가는돌고기' 등이 확인됐던 곳이다.
꽁꽁 얼어붙은 합수지점에서 취재에 동행한 최병성 목사가 드론을 띄웠다. 공중에서 보니 쌍용천 합수지점에서부터 하류는 얼음 아래가 온통 초록빛 형광물질로 물든 상태였다.
쌍용양회는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서 "산업폐기물매립장 건설 후 차수막을 설치 안했을 때 15년 뒤 침출수가 쌍용천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차수시설을 설치하면 (지하수) 오염이 10년 후 386미터까지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예측했다.
◆거미줄처럼 복잡한 지하물길 = 김진선 한반도면 대책위원장은 "매립예정지 안에 부은 형광물질이 15년은커녕 3일도 채 안돼 쌍용천으로 유출됐다"며 "폐기물매립장 침출수의 유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폐기물매립장 예정지 지하에는 거미줄처럼 복잡한 지하물길이 쌍용천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최명서 영월군수도 사고현장을 확인하고 빈틈없는 대책을 주문했다.
영월군 한반도면 쌍용리에서 시멘트를 생산하는 쌍용양회는 채굴이 끝난 폐석회석 광산에 산업폐기물매립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폐광산은 원상태로 복구해야 하지만, 폐기물매립장으로 바꾸면 산업폐기물 처리비용을 받고 복구비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립장 면적은 축구장 면적(7140㎡)의 26배가 넘는 19만㎡에 이른다. 건설폐기물과 광물찌꺼기(석재 가공 부산물), 폐토사, 무기성 오니류(정수처리장 찌꺼기 등) 등 각종 산업폐기물 560만㎥를 매립할 예정이다.
매립기간은 16년, 반입 폐기물은 '사업장배출물'이 90.8%에 달하고 상대적으로 독성이 약한 건설폐기물은 9.2%에 불과하다. 더욱이 사업장 부지가 넓어 매립장 위에 지붕 구조물이나 에어돔을 씌우는 것도 불가능하다. 많은 비가 내리면 다량의 침출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설 구조다.
◆원주청 "바람직하지 않음" 검토의견 =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2020년 8월 5일 환경영향평가 초안 검토의견을 회신하며 "대기질 및 악취, 수질, 지형·지질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되는 등 환경적 측면에서 사업시행이 바람직하지 않음"이라고 지적했다. 통상적인 검토의견에 비해 매우 직접적인 반대의견이다.
영월군은 일단 반대입장을 표명했지만 쌍용양회가 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 수정안을 내면 주민들 의견을 종합해 사업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