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사에 검찰 출신 배제 안해"
공수처 "'검사 파견' 안 받겠다는 취지"
검사 23명 공개 모집 … 2월 2~4일 원서 접수
박범계 장관 후보자 "김학의 출금 공수처 이첩"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검사와 수사관을 모집하는 가운데 검찰 출신이 얼마나 참여할 지 관심을 끈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사 파견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내용이 잘못 전달되면서 현직 검사들이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었지만 공수처는 유능한 검사 경력자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장검사 4명, 평검사 19명 모집 = 공수처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김진욱 공수처장의) 인사청문회 발언은 '검사 파견'을 받지 않겠다는 취지이지 공수처 검사 임용 시 검사 출신을 배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앞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에 현직 검사는 파견을 받지 않으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는 입장문과 관련해 "'검사 출신이 공수처 검사 정원의 1/2을 넘을 수 없다'는 공수처법 규정 외에 공수처 검사와 관련한 제한 조항은 없다"며 "오히려 공수처는 수사능력과 경험이 풍부한 검사 경력자의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법을 봐도 현직 검사가 공수처 검사로 지원하는데 제한 조항이 없다. 다만 처장과 차장의 결격사유로 검사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처장이 될 수 없고, 퇴직 후 1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차장이 될 수 없다는 규정만 있다.
공수처는 최근 부장검사 4명과 평검사 19명 등 총 23명을 공개모집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원서접수기간은 2월 2일부터 4일까지며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인사위원회가 추천 대상을 최종 확정,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부장검사는 변호사 자격 12년 이상, 평검사는 변호사 자격 7년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 공수 처 검사 임기는 3년이며, 3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공수처 관계자는 "형사법과 금융·증권 분야 등의 국내외 박사학위 취득자와 공인회계사·세무사·외국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우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관, 기존 사정기관서 대거 수혈 = 공수처는 검사 공개모집과 함께 수사관 구성에도 적극 나선다. 공수처는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금융위원회 등 기존 정부 사정기관의 '젊은 피'를 수사관으로 대거 수혈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26일 법조계·관가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공수처 수사관 자격요건으로서의 조사업무에 관한 규칙'을 공포했다. 공수처 수사관은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업무를 담당하며, 최대 40명까지 꾸릴 수 있다.
이번에 공포된 규칙은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관뿐만 아니라, 조사·감사 등 사정업무를 하는 정부기관 내 정예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채용 대상은 전 사정 분야를 망라한다. 일단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단골 메뉴인 각종 탈세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국세청과 관세청, 각 지방자치단체의 세무조사 업무 경력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업계를 무대로 벌어지는 뇌물 혐의 등을 수사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검사·조사 업무를 담당한 금융위원회 직원도 채용 대상이 됐다.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에서 조사업무 담당자도 공수처 수사관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공무원과 관련한 비리를 감사한 감사원 직원도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인권침해나 차별행위 조사 업무를 담당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상규명을 통한 형사처벌 등에 관여한 국민권익위 출신도 공수처에 지원할 수 있다. 공수처법 상 수사관의 자격요건으로는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사람 △7급 이상 공무원으로서 조사, 수사업무에 종사하였던 사람 △수사처규칙으로 정하는 조사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 등이다. 수사관 임기는 6년이며 연임할 수 있다.
◆공수처 1호 대상은? =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모집을 앞두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의혹 사건이 공수처 1호 사건이 될 지 관심을 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법에 따라 공수처로 이첩하는 게 옳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자는 이날 "공수처장이 임명됐고 검사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며 이 같이 밝혔다. 공수처법 25조2항은 수사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게 돼 있다. 김 전 차관 출금 의혹과 관련 당시 긴급 출금 요청서를 작성한 이규원 검사 등이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가 수사속도를 내고 있는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의혹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될 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한편 오는 28일 공수처법 위헌 여부가 판가름난다. 헌법재판소는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을 28일 연다고 25일 밝혔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해 2월 정부에서 독립된 기구를 표방한 공수처는 '초헌법적인 국가기관'이라며 존립 근거인 공수처법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공수처는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기본권과 검사의 수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공수처법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 공수처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 반면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 위헌 논란에서 벗어나면서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