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주민 응원하고 새내기 공무원 격려
은평구 달라진 '동 신년인사'
업무보고는 토론형태로 전환
"식당만 하느라고 남편이 뭘 하는지도 몰랐어요… 만나는 분들마다 격려해주셔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 은평구 녹번동주민센터 3층. '모범구민 표창'을 받은 주민 7명이 김미경 은평구청장과 투명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자리를 잡았다. 이달 초 코로나19로 세상을 뜬 고 김영호 통장협의회장을 대신해 부인 권영순(62)씨가 참석했고 정진헌(59) 전 주민자치위원장, 김유정(47) 주민자치위원, 이 연(56) 15통장, 정희란(60) 자원봉사캠프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강종철(72)·정진홍(70)씨는 올해 새로 위촉된 주민자치회 위원을 대표했다.
은평구가 매년 초 주민들과 만나 구 주요 정책과 동별 현안사업을 공유하던 동 신년인사회 형태를 바꿔 눈길을 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맞춰 대규모 행사 대신 지역에서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는 주민 대표를 초청해 응원하고 행정 최일선에서 주민들을 챙기게 된 새내기 공무원을 격려한다. 동 업무보고는 구청장과 몇몇 공무원이 토론하는 형태로 전환했다.
모범 구민 표창을 받은 주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이웃을 챙겨온 이들. 고 김영호 회장은 반상회 활동 유공으로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마스크와 체온계 배부에 앞장섰고 구 소식지 전달에도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유가족들은 황망함 속에서도 고인의 뜻을 살려 장례식 직후 '따뜻한 겨울나기' 성금 100만원을 쾌척했다. 권영순씨는 구와 동주민센터 이웃들 관심에 "저도 힘닿는 대로 봉사하고 싶다"며 감사를 전했다.
정희란 캠프장은 2년 전 4기 암 판정을 받고도 홀몸노인 이불빨래와 전입신고 사후 확인 등 맹렬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36회째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 나이드신 어머니보다 자원봉사를 못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라며 "봉사가 끝나면 노래를 부르며 돌아올 정도로 체질화됐다"고 털어놓았다.
외국인 주민 공동체 지원과 어린이공원 조경, 주민 어울림 한마당 행사 개최, 골목과 공원 쓰레기 청소부터 주민 제설작업 독려 등 주민들의 활동은 실질적으로 동네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올해 주민자치회에 합류한 강종철·정진홍 위원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얘기를 듣다보니 어깨가 무거워진다"며 "보다 나은 녹번동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미경 구청장은 "은평구는 주민 20%가 자원봉사자로 등록돼있고 13년째 적십자회비 납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따뜻한 공동체가 살아 있다"며 "동네별 사례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해 우수사례를 확산시키자"고 제안했다.
근린공원 활성화, 양천리골 마을문화축제, 취약계층 노인을 위한 저상형 침대 지원 등 동 업무보고에는 김 구청장과 행정국장 녹번동장 등 소수 인원만 참석했다. 참석 인원이 줄어든 만큼 일방적인 보고를 토론으로 바꿔 올해 사업에서 성과를 낼 방법을 찾았다. 은평구 관계자는 "사회관계망과 주민단체 화상회의 등을 통해 주민의견을 사전에 수렴했다"며 "구 자치안전과와 협의하고 동 업무보고회에서 추가의견을 더해 주민들에 답을 들려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년인사회 마무리는 동주민센터에 새롭게 배치된 공무원들과 만남이다. 최승호·전다혜 주무관 등 5명이 참석, 업무상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은평구는 1일 불광1동과 진관동을 마지막으로 동별 신년인사회를 마무리한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주민·공무원들과 직접 소통하니 동에 대한 애정과 업무 자세를 한결 잘 느낄 수 있다"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동네문제를 해결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