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해킹, 관계자 줄줄이 유죄

2021-02-01 10:54:09 게재

자사 해킹했다는 오해에서 범행 시작

법원 "사적 보복 정당화되지 않아"

경쟁업체 전산망을 해킹한 증권방송 관계자들이 법원에서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경쟁사가 자신들의 업체 서버를 해킹했다고 오해해, 역으로 공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S투자방송 운영자 홍 모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고 1일 밝혔다.

또 S사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2000만원을, 직원 오 모씨와 이 모씨에 대해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S투자방송은 가입회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유료 주식정보를 제공하는 투자자문법인이다.

여의도에서 S투자방송을 운영하던 홍씨는 2016년 12월 해킹 피해를 입었다. 그는 경쟁사인 K투자그룹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고, 직원들에게 "당하고만 있어야 하냐? 우리도 공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시했다.

이에 오씨와 이씨는 해킹 도구가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했고, 2017년 2월부터 4월까지 K투자클럽과 J투자클럽 등을 해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씨 등은 K투자그룹이 자신들을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K투자그룹에 대해 불기소처분했다. S투자방송과 K투자그룹 사이 보유 회원 중복도가 크지 않고, 해킹했다고 볼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황 판사는 "피고인들 스스로 고객정보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K투자그룹으로부터 해킹을 당했다고 오해하고 피해회사 서버를 해킹해 장애를 일으키거나 자료를 취득하는 일련의 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 회사로서는 삭제된 고객 정보를 복구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을 뿐만 아니라 영업에 직·간접적 손해도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황 판사는 "피고인들이 피해회사에 대한 사적 보복을 주목적으로 했다"며 "이러한 사적 보복 역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금전적 이익을 얻지 않은 점, 홍씨가 피해회사들을 위해 72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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