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판사 탄핵, 국회 통과 후 헌법재판소서 인용될까

'임기만료'와 '중대한 법위반 인정'이 쟁점

2021-02-02 12:26:07 게재

황정근 변호사 "심리 실익 없어 각하 또는 기각해야" … 천주현 변호사 "헌재법 해석시 인용 가능성도"

박근혜 정부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등법원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다. 161명의 의원이 발의해 탄핵안 의결 요건인 재적 과반수(1501)를 충족해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각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 회견하는 범여권 의원들│기본소득당 용혜인(왼쪽부터), 열린민주당 강민정, 정의당 류호정,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1일 국회 소통관에서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에 관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곧 임기 만료 돼 '각하' 가능성 높아 =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도 헌재가 '각하' 혹은 '기각'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임 판사 임기가 곧 만료되기 때문이다. 임 판사는 판사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28일에 임기가 끝난다.

판사 출신인 황정근 변호사(법률사무소 소백)는 최근 "국회 탄핵의결 후 헌재의 탄핵심판절차 중에 헌법상 법관의 10년 임기가 만료되는 것을 중단할 방법은 없다"며 "임기만료로 심리를 계속할 실익이 없으므로 심판청구를 각하(또는 기각)해야 한다는 견해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탄핵심판이 지닌 헌법보호의 객관적 기능을 중시해 심판절차를 계속해야 한다는 견해에 따르더라도 피청구인이 이미 법관직에 있지 않기 때문에 탄핵소추사유(본안)를 심리해도 '파면결정'을 할 수 없고, '헌법위반에 대한 확인 결정'을 선고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명문 규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번째는 헌법규정과 헌법재판소법 규정의 일반적 해석상 현직 법관에 대해서만 탄핵이 허용된다고 해석해 탄핵이 각하될 가능성이고, 두번째는 헌재법 조항을 유연하게 해석해 심판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다. 헌재법 제51조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53조 제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임 판사가 임기만료로 퇴직해도 임 판사가 형사소송의 피고인이므로 헌재가 탄핵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고, 또 파면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관의 신분을 잃은 상태에서도 심판청구가 인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상 법관의 독립 등 헌법 중대 위배 =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직무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위반을 이유로 탄핵은 불가능하고,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이 인정되는 경우 탄핵이 가능하다. 만약 헌재가 탄핵심판의 본안을 개시하고 탄핵소추안의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인정된다면 임 판사의 '중대한' 법위반 인정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탄핵 소추안에 따르면, 임 판사는 '세월호 7시간'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에 대한 재판에 관여했고, 유명야구 선수 도박사건에서 공판회부 결정을 번복하고 약식명령을 청구하도록 재판에 개입했다.

이탄희 의원 등 161명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절차 진행에 관여해 사법권을 법원에 부여하고 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것을 기대한 주권자 의사에 반해 재판이 이뤄지게 했다"며 "헌법상 국민주권주의, 직업공무원제도, 적법절차원칙, 법원의 사법권 행사, 법관의 독립 조항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판결문 원본 수정도 지시 = 소추안에 따르면, 임 판사는 쌍용차 집회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들에 대한 체포치상 사건 재판에도 관여했다. 임 판사는 최 모 부장판사에게 "이 사건은 다양한 논란이 예상되는데 양형의 이유 부분에서 일부 논란이 있을 만한 표현들이 있는 것 같다. 톤을 다운하는 것이 어떨지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말했고, 최 부장판사는 주심판사를 통해 판결문 수정을 권유했다. 주심판사는 이에 판결문 원본 등록을 취소하고 수정된 판결문을 등록했다.

재판의 선고와 고지는 공판정에서 재판서에 의해야 하고, 종국 재판은 재판을 한 법원도 그 재판을 취소, 변경할 수 없는 불가변력(구속력)이 생기게 된다. 이 의원 등은 "계속 중인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불가변력이 있는 판결문 원본 수정을 요청하는 등 재판관여 행위를 했다"며 "헌법상 국민주권주의, 직업공무원제도, 적법절차원칙, 법원의 사법권 행사, 법관의 독립 조항 및 형사소송법상 재판의 불가변경력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판사는 1일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나에 대한 1심 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사실이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탄핵이 국회 권능인 이상 국회법에 따른 사실조사가 선행되기를 희망하며 절차가 진행된다면 당연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임 판사 변호인인 윤근수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불과 1개월 후에 스스로 공직을 떠나는 임 판사를 공직에서 배제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탄핵소추를 발의하는 것은 탄핵소추의 근본적인 목적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조사를 통한 최소한의 사실확인 절차도 없이 졸속으로 바람몰이식으로 탄핵의결을 하겠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천주현 변호사는 2일 "헌법 위반사실이 탄핵사유로 단독사유가 될 수 있지만, 퇴직절차가 헌재결정 전에 마무리될 경우 계속해 탄핵의 이익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가 첫째 쟁점, 탄핵과 관련해 중대한 헌법위반이 맞는지가 둘째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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