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 현장 전문가에게 듣는다
"진로설계 없는 직업교육은 실패"
코로나 이후 진로·직업 청사진 만들어야
아마존이 만든 42만개 일자리는 AI 연계
"청년 일자리요? 설계도부터 고쳐야 합니다. 진로교육을 바탕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땜질처방' 정책이 돼버렸습니다."
문승태(한국진로교육학회장) 순천대 교수의 말이다.
문 교수는 "교육부 노동부 산업부 등 정부와 대학 지자체가 융합해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보자는 게 대통령 뜻"이람며 "그런데 융합이 아닌 분절된 형태로 집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교수는 "청년 일자리 문제는 진로교육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로교육의 핵심은 '불확실성 시대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고 특히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로교육을 평생교육으로 설정하고 고졸취업, 청년일자리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최근 순천에서 창업한 청년의 일화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 추진과정을 재구성해나갔다. 이 청년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는 무엇인지, 정부와 지자체는 어떤 도움과 역할을 했는지 들여다보았다.
◆직업군인에서 유통업 대표로 = 순천이 고향인 김종효(33. 새벽을여는사람들 대표)씨. 특성화고 졸업 후 특전사에서 6년 군 생활을 마치고 2014년 4월 30일 전역했다.
해양경찰특공대를 목표로 공채시험 준비에 몰두했다. 해경에 입사하기 위해 군에서 UDT/SEAL 교육도 수료했다. 그러나 그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해경특공대 채용시험이 무산됐다.
김 씨는 방황했고 술로 세월을 보냈다. 배낭을 꾸리고 발길 닫는 곳으로 걸었다. 하루 20km씩 행군하며 전국을 누빈 지 3개월. 서울 홍대 부근에서 길거리 음식을 파는 청년들을 만났다. 작은 포차, 기타와 버스킹을 하는 문화에 매료됐다.
일자리를 찾아 고민하다 고교 은사를 찾아갔다. 상담 후 고교 때 취득한 전기기능사 전공을 살려보기로 했다. 순천 폴리텍대학 자동화시스템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서 생계를 해결해야 했다. 알바자리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홍대거리가 떠올랐다. 순천대 앞에 작은 포차를 설치하고 '크레페'라는 길거리 간식 만드는 법을 배웠다. 생애 첫 창업이었다. 인스타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 홍보했고 단골손님도 늘었다.
김 씨는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맥을 쌓았다. 아동센터와 요양원, 계곡 주변 환경정리까지 맡아 뛰었다. 졸업 후 학교장 추천으로 멕시코 계열회사 전기팀에 입사했지만 6개월 만에 퇴사했다. 푸드트럭을 구입해 순천·광양일대를 돌면서 다시 길거리 음식을 팔았다.
김 씨가 일자리를 구하거나 창업을 하면서 도움을 요청한 기관 중 하나가 순천시다. 순천시를 통해 창업교육인 마케팅 브랜딩 회계처리를 배웠다. 김 씨는 지역청년들과 함께 순천시가 제공해준 '청춘창고'에 입점했다.
청춘창고 활용기간은 2년이다. 2년이 지나면 공간과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김 씨는 청춘창고에서 1년 4개월 동안 익힌 영업 노하우를 살려 '골목안고깃집' 이라는 상호로 개업했다. 손님은 꾸준히 늘었다. 그러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결국 영업을 중단했다.
◆ 6년간 노력했지만 불안한 창업 = 문 교수는 "김 씨가 취업과 창업을 위해 노력한 6년의 대가는 부족하다 못해 절망적"이라고 판단했다. 코로나 전에 고깃집 장사가 잘된 것은 정부나 해당기관, 지자체 도움보다 본인스스로 일궈낸 엄청난 노력의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군생활(특전사 6년)-해경특공대- 폴리텍대학입학(전기전공)-길거리 음식점 창업-청춘창고(지자체 제공) 영업-고깃집 창업' 과정을 분석해보면 정부와 기업의 지원 시스템은 최악이었다. 전공을 살리지도 못했고, 안정적인 창업이 되지도 못했다. 예측과 진단 모두 실패였다.
문 교수는 "지자체나 취업지원 기관은 미래사회에 대비한 창업이나 취업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없어질 직업이나 새로 탄생할 직업, 전망이 좋은 창업 등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도 없었다"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지난해 아마존은 42만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대부분 인공지능(AI)과 연계한 진로교육에서 시작됐다"며 "청년 일자리 창업과 취업에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분모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결합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순천 모델로 창업과 취업 설계 = 문 교수와 김종효 대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취업과 창업에 대해 토론했다. 우선 인구가 증가하는 순천시를 모델로 삼았다. 문 교수는 순천시 인구 증가 원인을 교육에서 찾았다.
'교육도시'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인구는 증가한다. 여기에 평생개념의 진로교육을 접목해야 지속가능성이 유지된다. 지자체와 중앙정부, 대학이 손을 잡고 실효성 높은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9월 기준 순천시 인구는 28만 2200명으로 전년대비 2600명 늘었다. 전남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가 됐다. 상주인구는 37만여명에 달한다. 인근 여수나 광양으로 출근하면서 거주는 순천에서 하기 때문이다. 교육 여건과 깨끗한 환경이 가장 큰 이유다.
공업도시인 여수와 광양은 오히려 인구가 줄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 인구소멸' 현상에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나주시의 경우 혁신도시 지정 이후 오히려 인구가 줄었다. 정부는 이곳에 2023년 개교를 목표로 한국에너지공대를 설립할 예정이다.
문 교수는 나주에 '교육혁신도시' 개념의 정책을 더해야 인구 분산정책과 취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이 융합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문 교수와 김종효 대표는 지역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에 주목한다.
"순천에는 낡고 오래된 아파트가 6만 채나 된다. 대부분 빈집이다. 이를 수리해서 공장형 스타트업 캠퍼스로 만들고 청년 창업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찾아봐야 한다."
이곳에 청년들을 위한 평생 개념의 창업교육 시스템을 갖추면 인구증가에 따른 도시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효 대표는 '새벽을여는사람들' 유통업에 이어 '남쪽동네'라는 이름으로 농업회사법인을 준비 중이다. 노지농산물의 가치를 높여 소규모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안이다. 이런 농산물을 지역 내 식당들과 연결해 세금혜택을 주고 있다.
김 대표는 "농촌과 도시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으로 청년창업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청년들의 불안정한 삶을 평생 진로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교육과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실생활중심의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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