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사건 처리 누수 지점 찾는다

2021-02-09 12:14:53 게재

여야 139명, 정인이 사건 등 진상조사위 설치법 발의

"졸속대책 그만 … 신뢰할 수 있는 진단 내놔야"

양천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정인이 사건) 등 주요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단순히 처벌 관점이 아니라 시스템 내 문제를 찾기 위한 진상규명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통령 산하에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 제정안에 여야 국회의원 139명이 참여했다.

정인이 사건 이후 전사회적으로 끓어올랐던 분노가 국회를 움직인 셈이다.
'정인이법' 국회 통과│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명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양천아동학대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에선 2018년 1월 1일부터 법 시행일 전까지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필요성이 큰 사건을 조사하도록 했다.

이 법을 대표발의한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에서는 해마다 40~50명의 아이들이 학대로 사망하고 있지만 언론에 주목받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지난 10년간 아동정책에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아동학대대응대책은 학대신고, 피해아동분리, 가해자처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특별법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대통령 직속 한시조직으로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설치된다. 진상조사위는 2년간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 기관 및 관계자 대응의 적정성 점검, 아동보호 및 아동학대 근절과 관련한 개선사항 대책 마련 등을 위해 조사활동을 벌이게 된다.

진상조사위는 조사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를 국회 및 관계기관에 전달한다. 이들 기관들은 진상조사위의 권고내용을 이행해야 한다.

진작부터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주장해왔던 시민사회는 환영입장을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정치하는엄마들, 탁틴내일, 뿌리의집 등 11개 단체는 성명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면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기존에 제안된 대책들 중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대책으로 시민들의 공분을 진정시켰고, 그 이후 또 다른 아동학대사망사건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렇기 때문에 이번 특별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면서 "이제라도 최근 발생한 중대한 아동학대 사망사건들이 어떻게 수사·조사 처리되었는지, 아동학대 업무에 관여하는 기관 간 협력과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아동의 의견은 어떻게 청취·반영되었고 어떻게 보호되었는지, 원가정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분리된 이후 아동과 가정에 대한 지원과 개입은 어떠했는지 샅샅이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번 똑같은 구조의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고 있다면 아동학대 대응체계에 뭔가 구멍이 있다는 뜻이다. 누수지점을 찾아 구멍을 메우고, 끊어진 연결고리를 이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들은 또 "입양제도를 포함한 아동보호정책과 한부모 등 위기가정에 대한 지원 및 돌봄 정책이 망라되어야 또 다른 학대사건으로부터 아동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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