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떼먹어도 모르쇠 하겠다는 플랫폼업체?

2021-03-09 11:39:15 게재

정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분쟁시 신원정보제공 조항

업계 "개인정보 악용" 우려

공정위 "연락두절 등 제한적 제공"

당근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개인간 거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정부가 전자상거래법을 개정, 소비자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자 플랫폼업체와 IT업계 등이 '개인정보 악용'을 명분으로 법 개정에 반발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개정법안에 대해 상세설명에 나서는 등 방어에 나서야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9일 "온라인 플랫폼 거래 중 사기사건 등이 발생할 경우, 판매자가 누군지 알아야 분쟁조정 신청도 가능하다.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운영사업자 수행 역할에 따라 책임 현실화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자상거래법 개정 입법예고 브리핑에서 취지와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희숙 한국소비자원 원장.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앞서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4월14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분쟁시 판매자 정보 제공 = 개정안에는 개인 간 거래(C2C)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중개업체가 이용자 이름·주소·전화번호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플랫폼 업체의 소비자 보호책임을 강화하는 위한 조치라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시행시기는 법 공포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로, 법 개정안이 올해 하반기 통과될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런 조치가 가능해진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당근마켓' 같은 C2C 중개업체는 개인 간 거래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문제를 제기한 쪽에 이름·주소·전화번호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실명·주소·전화번호를 거래 당사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이며, 분쟁 갈등을 고조시키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소비자 안전을 보장하고 보호해야 할 전상법이 개인에게 분쟁 해소책임을 떠넘기고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를 부추긴다"며 "개인 간 분쟁 해소는 법 테두리 안에서 플랫폼과 제3의 분쟁 해소 기관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정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공정위 입법 속도조절 필요" 지적도 = 비판 여론이 커지자 공정위가 다시 나서야했다. 공정위는 "제품에 하자가 있는데도 판매자가 환불을 거부하며 '연락 두절'이 되는 경우 등 분쟁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신원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실제 네이버나 중고나라는 회원가입을 할 때 '실명인증'을 거치지만 당근마켓 등은 전화번호만으로도 가입이 가능해 판매자가 하자 상품을 보내고 환불을 끝까지 거부하면 손해를 배상받기 힘들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플랫폼업체는 소비자가 요구하고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분쟁 해결이라는 매우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릴 의무를 지게 된다"면서 "신원정보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공정위가 입법을 추진하면서 지나치게 서두르다 불필요한 반발을 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은 "사전에 협회나 업계로부터 충분히 의견수렴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안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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