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3월 국회서 통과할까

소상공인 "조속처리" 요구 … "시대착오적 발상" 반발

2021-03-10 11:02:05 게재

15개 개정안 제출 돼, 상임위서 심사 중

식자재마트 규제, 중기부·여당과 이견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동네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모였다. 이들은 구호가 선명한 팻말을 들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조속히 처리하라' '대규모점포 허가제 당장 도입하라' '식자재마트 포함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하라'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회장 임원배)가 개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다. 임원배 회장은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의 사각지대를 틈타 유통대기업들은 초대형복합쇼핑몰과 아웃렛, 노브랜드 등 신종 유통전문점 등으로 골목상권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일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국회 앞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대형복합쇼핑몰, 신종 유통전문점, 식자재마트 등 유통산업발전법에 포함 △전통상업보존구역 확대 △대규모점포 등록제의 허가제 전환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즉각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3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주문이다.


◆허점 많아 실효성 없어 = 10일 현재 국회에는 15개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국회 관련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주요 내용은 △지역협력계획서 의무화와 이행실적 점검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 전문점 등 규제 △대규모점포 허가제 △대규모점포 영업장소 제한 등이다.

개정안 방향은 대규모점포와 준규모점포의 영업규제를 통한 골목상권 보호에 있다. 그동안 소상공인들이 요구해 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제도는 소상공인 보호에 허점이 많다. 상권영향평가의 경우 현행법으로는 대규모 점포 개설자가 상권영향평가서를 작성하게 돼 있어 실효성이 없다. 전통상업보존구역만 아니면 대규모 점포를 개설할 수 있다.

개정안 중 눈길을 끄는 내용도 있다. 김정호 의원(더불어민주당, 경남 김해시을)의 유통산업발전법 주무부서 이관이 그것이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법률 관리권한을 넘기자는 안이다. 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는 산업부가 대기업 유통기업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최승재 의원(국민의 힘, 비례대표)의 식자재마트 정의 규정 신설과 영업제한도 주목받고 있다. 최 의원은 '식자재마트를 골목상권 포식자'로 규정하고 규제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소상공인 업계는 3월 임시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를 목표로 힘을 집중하고 있다. 4월 재보선 선거국면을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희망고문'에 그쳤던 지난 20대 국회 때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20대 국회에서는 42건의 관련 법률이 상정됐었다. 하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21대 국회도 1년이 다돼가는 시점에서 개정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깊이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경련·대한상의 반발 = 소상공인 바램과 달리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많은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여전히 개정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유통대기업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해 12월 주요 5개국(G5)의 유통 규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국회에서 논의되는 유통규제 강화 방안이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복합쇼핑몰을 규제해도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의 소비자 유입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대형 유통업체 규제는 시대착오적이고 소상공인 자립을 위한 진흥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과 정부, 여당의 이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식자재마트 규제를 놓고 소상공인과 정부, 여당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식자재마트는 점포면적 990㎡ 미만의 중형슈퍼마켓을 일컫는다. 대부분 661~900㎡이다. 대기업의 기업형슈퍼마켓(SSM)보다 규모만 작을 뿐 판매물품이 비슷하다. 6만개가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식자재마트 선두주자는 장보고식자재마트로 매출 3164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마트(1964억원), 윈플러스마트(1749억원), 트라이얼코리아(1232억원), 세계로마트(989억원) 등도 대표적인 식자재마트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장도 식자재마트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은 100명 안팎이다.

식자재마트는 대기업 소유 대형유통매장 규제 이후 빠르게 골목시장을 잠식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탓이다.

한국유통학회가 지난해 식자재마트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매출 50억원에서 100억원 규모의 식자재마트 수는 2014년보다 72.6% 증가했다. 유통업체 중 식자재마트 매출액 비중 역시 36.5% 올라갔다.

반면 수퍼마켓은 영세한데다 최근 매출이 줄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5억원 미만 수퍼마켓 점포는 전체 83.7%에 이른다. 매출액은 전체의 17.6%에 그쳤다. 2014년보다 점포수는 4.6%, 매출액은 8.1%가 줄었다.

식자재마트가 골목상권 포식자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식자재마트 규제 여부 주목 =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이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형 식자재 마트를 규제하는 내용을 꼭 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시 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먼저 식자재마트의 무분별한 점포 개설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는 식자재마트 규제에 미적대고 있다. 2017년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식자재마트 영업규제 검토' 계획을 발표해 놓고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당시 박영선 장관은 "현재 유통산업발전법과 관련해 대형마트에 준하는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하기 굉장히 모호한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식자재마트 운영자와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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