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험지역 특별법 제정 서둘러야"
여야 불문, 국회의원 103명 5개 법안 발의
2주택 기준완화·농지 건축허가 특례 부여
관계 부처 부정적 … 행안부는 정부안 검토
2019년 말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섰다. 2020년에는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됐다. 통계청 예측을 10년이나 앞당긴 현상이다. 지방소멸 우려가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에 따르면 전국 228개 지자체(226개 기초지자체+세종·제주) 가운데 무려 105곳이 소멸 위험지역이다. 전체의 46%다. 국회와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그 가운데 하나가 '소멸위기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다.
17일 국회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현재 발의된 법안만 5개다. 서삼석(더불어민주당, 전남 영암·무안·신안) 이원택(더불어민주당, 전북 김제·부안) 배준영(국민의힘, 인천 중구·강화·옹진) 김형동(국민의힘, 경북 안동·예천) 김승남(더불어민주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등 5명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특별법 제정에 여야가 따로 없다. 중복은 있겠지만 국회의원 103명이 발의안에 서명했다.
이들 법안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지방소멸 위기가 심각하니 정부가 전담할 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차원의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다.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소멸위기 지역을 지원할 재원확보 방안을 담고 있다. 일반회계 전입금, 개인·법인 기부금, 담배세·상생기금·과밀부담금·개발부담금 등을 활용해 특별회계를 설치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재정·세제·규제 분야에서 다양한 특례를 부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안에 담겨있는 재정특례 내용을 보면 대부분 예타·지방투융자심사 면제, 국가보조율 인상, 교부세 특별지원, 교육교부금 지원, 지역교통 예산지원, 민간SOC 투자지원 등이 담겨있다. 김형동·김승남 의원안에는 교부세에 인구특례를 부여하고 각종 정부공모사업에 가점을 부여하거나 할당제를 운영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초연금을 국가가 부담하자는 내용도 들어있다.
세제 특례도 핵심 내용이다. 중소기업과 시행자 세금감면 등이 공통된 조항이다. 특히 김형동·김승남 의원안에 담겨있는 '2주택 기준 완화' 내용도 눈에 띈다. 지방소멸 위기지역에 대해서는 2주택 기준에서 제외해 주자는 것이다. 이는 소멸위기 지역의 공통된 요구다. 경북 고령·성주·칠곡이 지역구인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80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 후 고향이나 농·어촌 지역으로의 귀농·귀촌을 희망하지만 기존 주택을 팔고 내려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들이 농·어촌지역 주택을 구입할 경우 세제혜택 등을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규제 특례도 파격적이다. 산업단지 기준을 완화하고 국공유재산의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내용이 3개 법안에 담겨있다. 외국인 비자완화 조항은 부족한 인력 확보방안으로 4개 법안에 들어있다. 김형동·김승남 의원 발의안에는 농지 건축허가 조항도 포함됐다.
하지만 법안을 검토 중인 정부부처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행안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처가 법안에 부정적이다. 이유는 법안에 담겨있는 재정·세제·규제 특례 때문이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이나 소멸위기지역 지자체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상황을 안일하게 대처한다고 한목소리다. 서삼석 의원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해 농어촌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소멸 문제의 시급성 때문에 지역에 대한 지원방안과 체계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머뭇거리지 말고 법제화를 지원하고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도 법안에 반대하고 있는 부처 설득에 나섰다. 우선 소멸위기지역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대상지역을 선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개정된 균형발전특별법이 개정돼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이에 근거해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기준과 특례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전국적으로 50~100개 지역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 숫자로만 보면 전체의 30% 안팎이고, 인구수로 보면 전체의 5~10% 수준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는 대상과 범위가 모호한 상황이어서 부처간 지원 방안을 합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소멸위기지역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면 구체적인 특례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