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융정보법, 4개 기존 사업자에게만 특혜"

2021-03-23 12:03:40 게재

가상자산거래소 신고제도

25일 법시행 앞두고 토론회

"블록체인 저승사자될 것"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에 자금세탁의무를 부여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되면 신규 업자의 시장 진출이 크게 제한돼 독점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한국핀테크학회가 '가상자산사업신고제와 실명확인제도 요건의 문제점'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 리더)는 "특금법은 4개 거래소에게 특혜를 주고 나머지 가상자산사업자들이 폐업을 강제하는 법이 될 전망"이라며 "법 시행일 이후 어떻게 하면 실명계좌를 받을 수 있는지 불명확해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25일 법이 시행되면 가상자산사업자는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하고 신고가 수리되지 않으면 더 이상 영업을 하지 못한다. 신고수리 요건 중 핵심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은행 등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받아야 하고, 금융당국은 은행의 발급증명서를 통해 발급 내용과 유효기간 등을 확인하는 심사를 거친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은행의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은 가상자산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곳뿐이다. 2018년 1월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6개 은행을 상대로 가상자산거래소에 제공하는 가상계좌 합동검사에 들어갔고 이후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은행의 실명확인계좌 발급은 크게 위축됐다.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실명확인계좌를 발급을 해 준 것이 유일하다.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온 구 변호사는 "법 시행 직전까지 은행이 명확한 실명확인계좌 발급기준을 안내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이를 가상자산사업 신고요건으로 하면서 발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자체 기준에 따라 실명계좌를 발급해야 하지만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감독 권한이 없는 은행이 사업자의 운영투명성을 감독해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실명계좌 허용 후 돈세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질 우려가 있어 실명계좌 신규발급에 소극적이다.

구 변호사는 "현재 기존에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사업자들 이외의 사업자들은 경향 각지의 은행과 접촉하며 실명계좌 발급을 타진하며 속을 태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는 25일 시행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금소법 15조는 은행의 고객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구 변호사는 "실명확인 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은행들은 다른 사업자에게도 실명확인 계좌 개설의 요건 및 절차를 안내해 이를 충족할 경우 실명계좌를 발급해야 한다"며 "이를 위반한 경우 금융위원회가 적절히 감독권을 행사해야 하고 공정위도 조사 및 처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명계좌 요건이 현재와 같이 불명확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신생 스타트업은 실명계좌를 받을 수 없어 산업에 진입할 수 없고 결국 소수 산업자에 의한 시장의 독점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구 변호사는 현행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당국이 실명확인계좌 발급 가이드라인을 시급히 만들어 공표하고, 일정 거래액 이하 또는 시가총액 일정액 이하 가상자산 취급 사업자와 증권성 가상가산 이외에 특급법 적용 배제 등을 제안했다.

그는 "글로벌 국가들의 포용적 입장에 비추어 볼 때 미래의 디지털경제의 핵심 지급수단이자 자산인 가상자산 관련 기술을 개발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이 사실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획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곧 시행될 특금법 개정법률은 블록체인의 저승사자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일본 금융청은 2017년에 16개, 2019년에 5개 거래소의 신고를 수리했다"며 "실명확인계좌를 받은 4개 거래소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93%를 넘어 특혜시비와 독과점으로 이용자 피해를 낳을 수 있어 실질적인 경쟁이 가능하도록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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