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추적단 불꽃이 바라본 'n번방 이후 1년'

가해자들, 성착취물을 화폐처럼 사용해 흔적 최소화

2021-03-26 11:46:03 게재

금전거래-정보노출 극도로 꺼리며 은밀한 활동

국내물 구하기 어렵자 '해외 성착취물'로 눈돌려

25일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n번방 사건)의 주범으로 꼽혔던 조주빈이 검찰로 송치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디지털 성범죄 실상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과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n번방 사건 이후 1년이 지난 현 상황은 어떤지 살펴보고 여전히 남은 문제들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추적단 불꽃은 텔레그램 등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했고, 여전히 암약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의 실상을 정리해 총 4회에 걸쳐 국제앰네스티 홈페이지에 게재중이다.
추적단 불꽃이 텔레그램 성착취방에서 오간 가해자들의 대화를 재구성했다. '길거리 업스'란 길거리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의 하의 밑으로 카메라를 넣어 속옷이 보이도록 찍은 불법촬영물을 말한다. 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추적단 불꽃 제공


이날 게재된 1회차에는 더욱 진화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의 행태가 담겼다.

모니터링 내용을 보면 n번방 사건 공론화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변한 게 있다면 가해자들이 훨씬 더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 정도였다. '박사' 조주빈, '갓갓' 문형욱 등의 검거로 학습효과가 생긴 셈이다.

1년 전만 해도 자신의 전과나 사는 지역 등의 개인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흘리던 가해자들도 이제는 사소한 개인정보 노출도 극도로 꺼리는가 하면, 기록이 남을 수 있는 금전거래도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성착취물 거래는 단체 대화방이 아닌 개인 대화방에서, 금전거래 대신 각자가 보유한 성착취물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성착취물 교환 방식을 활용하면 금전거래 기록 때문에 경찰에 추적되는 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착취물을 보려면 자신부터 촬영물을 소지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피해자들을 찾아다닐 가능성이 커졌다.

추적단 불꽃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성착취물이 일종의 화폐이자 상위방으로 이동하는 입장권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가담자의 적극성이 요구되면서 더욱 많은 피해자가 유입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위방'이란 성착취물 공유 등을 통해 인증된 소수만 들어갈 수 있는 본격적으로 불법이 판치는 대화방을 말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추적단 불꽃은 그동안 크게 문제제기되지 않았던 해외 성착취 피해 영상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추적단 불꽃의 모니터링 결과 국내 성착취 피해 영상을 찾기 어려워지자 해외 성착취 피해 영상을 찾아다니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일명 텔레그램 '중국방' 이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데 이 방에는 3월 18일 기준 22만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방에서 공유된 성착취물 개수는 2만2694개에 달했다. 영상의 종류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화장실 불법촬영물, 성관계 불법유포물, 딥페이크 등이 총망라됐다. 디지털 성폭력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경 없는 인권침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성착취물이 실제로 유통되는 텔레그램 외에도 성착취물 홍보 또는 유통망 역할을 하고 있는 유튜브, 카카오톡 등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은 "현재 성착취물의 유통망이 되고 있는 플랫폼 산업은 국제인권 부합 여부를 돌아봐야 한다"며 "기업이 직접 인권 침해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기업의 영업 활동이나 제품 혹은 서비스로 인해 인권에 악영향을 끼칠 경우 이를 방지하고 완화할 수 있게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