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조작해놓고 환경개선권고안 거부

2021-03-31 11:31:22 게재

여수산단 "용역비 많다"

전남도·시민단체 반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기업들이 용역비 부담 때문에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사건 때 수용을 약속했던 '민관협력 거버넌스 환경개선 권고안'을 거부해 비난을 받고 있다. 여수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지역 정치권과 연계해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기업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29개 기업으로 구성된 여수산단환경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기업과 전문가 의견이 결여된 민관협력 거버넌스 연구과제 용역 권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55억3300만원을 책정한 산단 인근 환경조사 연구용역비도 지나치게 많다"며 "공인기관을 선정해 자체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사회적 합의체인 민관협력 거버넌스는 지난달 23일 22차 회의를 열고 여수산단 환경관리 종합대책 권고안을 만들었다. 권고안은 여수산단 주변 환경오염실태조사와 주민 건강역학조사 및 위해성 평가 연구과제 등을 담고 있다.

산단 기업들이 권고안을 거부하자 전남도와 민관협력 거버넌스는 사회적 합의를 뒤엎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산단 기업들이 지난 2019년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사건 직후 사과와 함께 재발 및 주민 보상, 민관협력 거버넌스 조사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전남도 등은 전문가와 기업 의견이 결여됐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2019년 환경부와 전남도 주관으로 만들어진 민관협력 거버넌스에는 주민과 전문가, 지역 시민단체 대표 등 24명이 참여하고 있다. 산단 기업 대표로는 여수 상공회의소 상임이사가 참여 중이며, 산단 공장장 6명은 참고인 자격으로 의견을 내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또 여기서 만들어진 권고안은 지난해 10월 확정 전에 기업에 공개했다. 기업은 이 과정에서 당초 57억1000만원으로 책정됐던 용역비를 53억3300만원으로 깎았다.

용역비 문제도 마찬가지다. 산단 기업은 비슷한 환경인 충남 대산산단의 경우 6억7000만원을 들여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했다는 점을 들어 용역비를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대산 산단은 대기에 국한해 환경오염조사를 실시했다. 반면 민관협력 거버넌스 환경개선 권고안은 대기 및 수질, 토양과 해양, 주민건강 역학조사 및 임상시험 등을 모두 포함해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게 전남도 설명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당초 조사 범위에 폐기물도 포함했으나 기업 입장을 들어 이 부분을 뺐다"고 설명했다.

이에 여수산단환경협의회 관계자는 "여수산단 주변 마을을 먼저 조사한 이후 문제가 있으면 조사범위를 확대해 정밀조사를 하면 되는데도 거버넌스가 지나치게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2020년 여수산단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사건을 수사해 산단 기업 및 용역업체 관계자 5명을 구속기소하고, 78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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