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거래업체 향응 받은 직원 해고

2021-04-09 12:08:11 게재

회사 서류 위조해 참가 … 법원 "징계 정당"

쿠팡의 한 직원이 서류를 위조해 거래처가 제공하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가 해고됐다. 해당 직원은 업무의 일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법원은 모두 회사 측 해고는 정당하다고 결론지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이숙연 부장판사)는 A씨가 쿠팡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쿠팡에 근무하던 A씨는 2018년 6월 한 거래처가 싱가포르에서 여는 고객 행사에 초청받았다. A씨는 이 사실을 팀장인 B에게 보고했다. 이러한 행사는 주로 다국적 IT 제조사들이 대형 유통사를 상대로 각종 시상식을 열고, 자사 제품의 소개 및 판매 전략 등을 공유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행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주최 측은 행사에 참석하는 거래처(유통사) 관계자들에게 법무총괄책임자 또는 윤리·준법 담당자의 승인 서류를 요구했다.

A씨와 직속 상사인 B팀장은 이를 회사 측에 이를 알리지 않았고, A씨는 관련 서류를 위조해 제출한 뒤 행사에 참가했다. 공식 출장이 아닌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쿠팡은 한달 뒤 A씨를 신의성실원칙 윤리강령 위반, 향응 수수 등을 이유로 해고했다.

A씨는 "회사가 자신을 해고하면서 구체적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며 "회사 측에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근무중 징계를 받은 적이 없어 해고는 과도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절차는 물론 징계양정에서 위법하다는 이야기다.

회사 측은 해고로 끝나지 않았다. 쿠팡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상품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A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배임수재와 업무방해 혐의 등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다만 거래처에 제출한 서류는 위조된 것으로 보고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행사죄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는 출장 후 보고서 및 문서작업을 하고 싶지 않아 출장이 아닌 개인 연차를 사용해 해외행사에 참석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납득할 수 없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해외 행사에 참여하면서 법무 또는 윤리 담당자가 아닌 팀장 승인을 받고 참여한 것은 회사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A씨는 회사 인사위원회에 불출석해 진술 기회를 포기한 점을 고려하면 해고 절차에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업무 속성상 제조사가 대형유통사 관계자를 초청하는 것은 업계 관행이고, 업무의 일환일 뿐 향응 접대는 아니다"라며 "직속 상사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행사 참석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쿠팡 윤리행동기준은 회사 사전 승인이나 신고 없이 이해관계자로부터 향응 등을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15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서면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임직원들의 이해관계 충돌이나 거래 청렴성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복무규율로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엄중한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어 "A씨는 행사 참석을 위해 승인권자에 대해 얼마든지 다시 승인절차를 밟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행사 참석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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