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피의자 구속 … 투기 수사 가속도
LH 직원 등 경찰 신청한 구속영장 4건 모두 발부
국회의원, 전현직 고위공무원 수사도 탄력 붙을 듯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주도하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따르면 법원이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개발예정지 인접 땅 투기 의혹(경기도청 전직 간부) △전북 완주 개발지역 내 아내 명의 투기 혐의(LH 전북지역본부 직원) △경북 영천지역 하천 종합정비사업 투기 의혹(한국농어촌공사 직원) 등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모두를 발부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신설역사 예정지 인근 토지를 매입한 혐의로 앞서 구속된 포천시청 간부를 비롯해 경찰이 신청한 부동산 투기 관련 구속영장 4건이 법원에서 모두 발부됨에 따라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투기 의혹을 받는 국회의원과 그 가족 그리고 고위공무원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이 내사 또는 수사 중인 국회의원은 10명이다. 이 가운데 5명은 본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으며 3명은 가족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2명은 투기 범죄와는 직접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5명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모두 끝마친 상태라 조만간 당사자 출석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전현직 고위공무원 2명도 이르면 내주 직접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남구준 경찰청 국수본부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일부에서는 수사 속도가 더디다고 하는데 사명감을 갖고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혐의가 확인되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수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피의자 구속수사 이어질 것" = 앞서 8일 수원지법 이기리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개발예정지 안팎의 토지를 가족 명의로 매입해 투기 혐의를 받는 경기도청 전 간부 공무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경기도 기업투자유치 팀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 10월 아내가 대표로 있는 B사를 통해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4필지 1500여㎡를 5억원에 사들였다.
이 땅은 반도체클러스터 개발예정지와 맞닿은 곳으로 해당 사업부지 개발 도면이 공개된 이후 시세가 5배인 25억원 이상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B사가 이 땅을 매입한 시기는 경기도가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 등을 방문해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던 시점이었다. 경기도는 A씨가 공무상 얻은 비밀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고 지난달 23일 고발했다. A씨는 반도체클러스터 예정지 안의 토지 4필지를 장모 명의로 매입해 투기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앞서 법원은 5일 경찰이 A씨가 사들인 토지 8필지에 대해 신청한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을 받아들였다. 몰수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 대상인 불법 수익 재산을 임의로 팔지 못하도록 하는 법원 처분이다.
또한 전주지법 정우석 영장전담판사는 8일 '부패 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LH 직원 중 첫 구속 사례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C씨는 2015년 내부 정보를 이용해 완주의 한 개발 지역에 아내 명의로 부동산 투기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까지 LH 전북지역본부에서 '완주삼봉 공공주택사업 인허가 및 설계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한 혐의로 한국농어촌공사 구미·김천지사 직원 D씨를 8일 구속했다. D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대구지법 강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없애거나 도망갈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D씨는 2017년 농어촌공사가 영천시에서 위탁받은 임고면 권역 단위 종합정비사업을 담당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토지 5600여㎡가량을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D씨에 대한 보강 수사를 한 뒤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12일에도 2명 영장실질심사 = LH발 부동산 투기 수사와 관련한 구속영장 발부는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은 불법 부동산 투기 사실이 입증된 공직자 등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2일에는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지역 투기 혐의를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이 신청한 LH 직원과 지인 등 2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전국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한 대검도 업무상 비밀이나 개발정보를 이용한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범행을 중대한 부패범죄로 간주하고 관련자는 전원 구속 수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한편 특수본 신고센터 신고 건수는 8일 20건이 추가돼 총 796건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