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은 국가안보문제"
미, 반도체 부족사태 '화들짝' … 백악관 화상회의로 긴급처방 모색
미국 백악관이 직접 반도체 칩 부족 사태에 대한 긴급처방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12일(현지시간) 19개의 글로벌 기업을 참석시킨 가운데 진행된 화상회의는 백악관의 상황인식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부족문제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식을 소개했다. 샤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반도체) 부족을 국가 안보 문제로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확실히 그렇다"면서 "우리는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샤키 대변인은 이어 "오늘 열리는 회의에서 대규모 투자를 제안했다"고 밝힌 뒤 "의회에도 500억달러를 반도체 제조와 연구에 투자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동맹국과 관련기업들 그리고 의회에까지 초당적인 협력을 요청하며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사안이 심각해진 것은 전 세계적인 자동차용 반도체 칩 부족사태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수요가 줄 것으로 판단하고 칩 주문량을 줄였다가 예상외로 자동차 판매가 선전하면서 물량 부족사태에 직면했다.
미국의 주요 자동차 생산 공장이 조업을 중단하는 등 문제가 커지자 백악관까지 나섰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최대 130만 대의 차량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컴퓨터, 휴대전화 등 칩 부족시 영향을 받는 다른 전자제품 제조사들도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AP통신도 "칩 부족 사태는 학교가 학생들의 재택 수업을 위한 컴퓨터 구매를 어렵게 하고, 최신 비디오 게임기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부족상황이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도체가 5세대(5G),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이자 첨단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품목이지만, 미국이 절대 물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생산 능력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7%였지만, 현재 12%로 급격히 감소했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정부의 각종 지원을 토대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수출 비중도 키워왔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자칫 중국에 물량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미 당국의 인식이다.
미 당국자 입에서 반도체를 국가안보 문제로 본다는 말이 나온다거나, 이날 회의를 안보의 실무 총책인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 것이 그 방증이다.
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조2500억달러(253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면서 반도체 제조 및 연구 지원 예산 500억 달러를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재정적 노력 외에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도 나선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반도체와 희토류, 자동차용 배터리, 의약품을 4대 핵심 품목으로 선정해 이들의 공급망에 대한 100일간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 단적인 예다. 이같은 움직임이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동맹과 협력을 내세우며 적잖은 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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