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기반없으면 플랫폼도 없다"

2021-04-22 11:04:02 게재

중소제조업 하락은 한국경제 경쟁력 상실 … 정부 제조업 홀대 인식 전환 필요

"요즘 자식들조차도 제조업은 손사래 친다."

"정부는 플랫폼과 소프트웨어에만 관심 갖고 있다. 제조업은 여전히 찬밥신세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다.


경기도내 제조업을 하는 A사 대표는 70대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매출 400억원대 회사 미래 때문이다. 아들은 회사를 승계받을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인생을 바쳐 일궈온 회사를 처분하자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중소제조업이 위기다. 기업과 CEO는 고령화됐다. 청년들의 중소제조업 외면 현상은 여전하다. 뉴노멀시대에 독자 생존능력은 부족하다. 그렇다고 디지털 전환도 쉽지 않다.

이런 현장의 고민은 각종 통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중소제조업 숫자는 많지만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중소제조업은 소상공인과 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기본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0인 미만 중소제조업체는 87.5%다. 2015년 86.5%보다 1.0%p 늘었다. 50인 이상은 1.6% 정도에 머물고 있다.

업력으로 살펴보면 고령화 추세가 확인된다. 5년 미만 기업은 39.9%(2015년)에서 36.6%(2018년)으로 3.3%p 감소했다. 제조업 창업이 준 결과다.

반면 30년 이상 기업은 2,4%에서 3.4%로 늘었다. 10~30년 미만 기업도 37.1%에서 38.6%로 증가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의 고용, 창업기업 수, 출하증가율, 공장가동률 등 주요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청년들의 중소제조업 기피현상은 여전하다. R&D 투자도 대기업 집중도가 심화되고 있다. 자금사정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이러한 중소제조업 지표의 악화추세는 중소제조업 경쟁력 하락과 맞물려 있다. 이는 한국경제 기반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 현장과 전문가들이 중소제조업 활력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이유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여러차례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제조업의 경쟁력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수출 증가는 제조업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에 가능했다.

이어서 "중소제조업이 위기를 능동적으로 이겨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고 체력을 튼튼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중장기전략 부재는 중소제조업 위기를 불러온 이유 중 하나라는 게 중소기업계 판단이다. 정부가 10여년이 넘도록 제조업을 소홀하게 대한 결과라는 것이다.

지난해 스타트업 채용플랫폼인 로켓펀치가 발표한 국내 스타트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스타트업 투자 유치금액(5조1112억원) 중 제조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는 763억원으로 1.49%에 그쳤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19년부터 선발한 예비유니콘 42개사 가운데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이 절반(20개사·47.6%) 가량을 차지한 반면 제조업 관련 스타트업은 11개사(26.1%)에 불과하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제조업이 산업의 주축을 이루는 대한민국에서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과 벤처가 고사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 등을 접목할 수 있도록 제조 벤처에 기술을 지원하는 동시에 이들 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투자부터 교육, 수요 연계까지 책임지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도 "정부정책이 제조업보다 플랫폼과 SW 분야에 경도돼 있다"며 "제조업 없이 유통업이 불가능하듯 하드웨어산업이 단단해야 소프트웨어산업도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수 경기대 교수는 최근 열린 '중소제조업 활성화 토론회'에서 중소제조업 정책 문제점으로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에서 부수적인 부문으로 인식, 단기처방 중심 정책 등 전략적 정책 부재 △산업정책과 복지정책의 혼동을 중요하게 꼽았다. 김 교수는 "세밀한 업종별 현황 분석을 통해 정책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는 "중소제조업이 스스로 가치사슬을 창출할 수 있도록 중장기 지원이 필요하다"며 △산학연 협력의 근본적 재구조화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전폭적 지원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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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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