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탈통신 광풍’ 소는 누가 키우나

2021-04-22 12:24:21 게재
최근 한 유명 유튜버가 제기한 인터넷 속도 논란이 화제다. IT 유튜버 잇섭은 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용 중인 KT 10기가 인터넷서비스 실제 속도가 100Mbps 수준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10기가 인터넷은 KT 인터넷 상품 중 최고 비싼 제품이다. 이 때문에 사용 고객은 200~300명밖에 안된다.

KT는 자체 조사결과 10기가 인터넷 사용 고객 24명에 대한 속도정보 설정오류를 확인했고, 수정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에 게시글을 올려 공식사과도 했다. 하지만 쉽게 정리될 것 같지는 않다. 당국의 조사도 뒤따를 전망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업무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실수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대표 통신회사에서 벌어져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과도한 우려일 수 있지만 최근 통신회사들이 추진하는 ‘탈통신’이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탈통신은 기존 유·무선통신서비스만 제공하는 사업형태로는 인터넷·플랫폼 회사들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나온 개념이다.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인터넷망 위에서 사업을 하는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의 기업가치는 통신사업자 기업가치를 수십·수백배 뛰어넘었다. 통신사들은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미디어 인공지능(AI) 핀테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경영자들은 돈이 될 만한 새로운 사업과 주가 올리기에 관심을 쏟기 마련이다. 기존 사업과 서비스 관리에 부실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통신사업은 상법이 규정하는 일반적인 회사와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기간통신사업은 하고 싶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춰 정부에 등록하거나 신고를 마쳐야 사업을 할 수 있다. 등록에 따른 의무도 준수해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제1조에서 법의 목적으로 ‘전기통신사업의 적절한 운영과 전기통신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 편의를 도모함으로써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으로 명시하고 있다. 변화된 사업환경 속에서 탈통신이 불가피하겠지만 통신서비스 기업으로 지켜야 할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은 현재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AI 미디어 핀테크 커머스 빅데이터 등등) 모두가 기존 통신망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열매만 생각하다가 뿌리를 썩히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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