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총수없는 기업집단', 형평성 논란 불가피

2021-04-30 11:59:46 게재

김범석, 총수 지정 안해

정의선·조현준 총수 지정

쿠팡 동일인(총수)에 법인 '쿠팡'이 지정됐다. 미국 국적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결국 총수 지정을 피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총수가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바뀌었다. 쿠팡 등 8곳이 새로 공시대상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71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612개)을 다음 달 1일자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신고 의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쿠팡은 자산총액이 5조8000억원이 되면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됐고, 쿠팡㈜이 동일인이 됐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미국 회사 '쿠팡 Inc'를 통해 한국 법인 쿠팡㈜를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적이 없고, 현행 제도로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 어려워 김 의장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쿠팡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이익을 벌어들이는 기업인데도 김 의장이 국적을 이유로 규제망을 벗어나게 된 만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동일인이 되면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한 공시 의무가 생기고 지정자료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진다. 김 의장은 쿠팡 Inc 지분율이 76.7%에 달하는데도 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현대차와 효성 동일인도 바뀌었다. 정의선 회장이 작년 10월 현대자동차 회장으로 취임했고, 정몽구 명예회장의 의결권 행사를 정 회장에 포괄 위임해 사실상 최다출자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지주사 ㈜효성의 최다출자자인데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의결권 행사를 조현준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이 고려됐다. 이번에 쿠팡과 함께 현대해상화재보험, 한국항공우주산업, 중앙, 반도홀딩스, 대방건설, 엠디엠, 아이에스지주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쿠팡 논란으로 불거진 동일인 지정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동일인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투명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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