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우롱' 네이버에 '공정위 나서라' 청원까지

2021-05-06 11:13:55 게재

'일기 쓰기' 이벤트

2주 쓰면 만6천원

사흘 만에 일방종료

여 의원도 "조사해야"

네이버의 '작심삼일' 이벤트 종료 논란을 놓고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이용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여기에 민주당 박용진 의원까지 '공정위 조사'를 촉구하면서 공정위 조사 여부가 주목된다.

6일 업계 등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일부터 14일간 일기를 쓰면 1만6000원을 네이버페이로 지급하는 '매일매일 챌린지 #오늘 일기' 이벤트를 열었다.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리면 3일차에 1000원, 10일차에 5000원, 14일차에 1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벤트 사흘 만에 참여자가 50만명을 넘어서고. 오늘일기가 달린 블로그 글이 180만건에 육박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사흘 만에 이벤트를 조기에 종료했다. 3일차까지 글을 쓴 이용자들에게 1000원씩만 지급했다. 네이버는 "이벤트 공지 이후 뜨거운 열기가 계속되면서 이벤트 기획 의도와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먼 내용이나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네이버페이 가입자만 늘리고" = 이에 대해 이용자들은 "부작용도 예상하지 못하고 이벤트를 시작했냐"고 반발했다. 일부 이용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 수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8000명에 육박했다.

청원인들은 "네이버페이 가입자만 늘리고, 개인정보는 쏙 빼갔다"고 비판했다. 보상을 받으려면 네이버페이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실적만 채우고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는 주장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소비자원과 공정위에 유사한 소비자 피해 상황 등에 대해 살펴볼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실제 블로그 일기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네이버의 간편결제인 '네이버페이'에 가입해야 한다. 이벤트 보상금을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지급해서다. 이 포인트는 1대1 현금으로 교환된다.

또 네이버페이에 가입하면 네이버 회원의 아이디(ID)와 이름, 생년월일, 성별, 내·외국인 여부, 휴대전화번호와 가입 통신사, IP주소 등이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로 넘어간다. '네이버 개인정보 이용 동의'에는 이 정보를 광고 외에도 인구통계학적 분석, 지인 및 관심사에 기반한 이용자 간 관계의 형성,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 AI와 결합한 신규 서비스 발굴을 위해서도 이용한다고 적혀 있다.

게다가 네이버는 이벤트 첫 공지에서 '참여 전에 네이버페이 가입 여부를 꼭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대다수 참여자가 일단 네이버페이 가입부터 하고 일기를 썼다고 한다. 이들이 카페나 트위터 등에 "1000원에 개인정보 내준 바보가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배경이다.

◆불공정행위 적용될까 = 네이버의 이러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가운데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보상을 미끼로 종료될 이벤트를 벌여 다른 경쟁사의 서비스 대신 '네이버페이' 또는 '네이버블로그'를 이용하도록 유인했다는 해석이다.

다만 '유인하는 행위'로 인정되더라도 '부당하게'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로펌 관계자는 "위법성 요건이 충족되려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가 돼야 하는데,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했다' 정도는 도의적인 책임은 있더라도 의도적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50만명이 넘는 이벤트 참여자들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행사를 종료했다는 점에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로펌 관계자는 "네이버의 광고내용을 믿고 참여한 이용자들이 최소한 50만명이 넘고, 이 행사를 일방적으로 종료한 결과 상당한 규모의 네이버페이 회원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네이버가 얻은 이익이 만만치 않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 때문에 네이버의 이벤트 자체를 기만·과장 광고로 판단해 제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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