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 상장된 중국기업, 빅4 회계법인 '감사 딜레마'

2021-05-10 11:01:30 게재

미국, 감사책임 강화 요구

공동감사 방식에 부정적

"미상장 중국기업 감사 맡은 글로벌 빅4 회계법인, ‘진퇴양난’" 에서 이어짐

빅4 회계법인의 중국 시장 서비스가 차단되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애플, 제너럴모터스 등 다국적 기업에 대한 감사도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 규제당국은 최근 회계부정 사건이 급증하면서 감사인에 대해 더 엄격한 감사규정을 포함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유명 공매도 투자가인 짐 채노스(Jim Chanos)는 지난해 월가의 최대 규모 중국 기업 회계부정 사태를 일으킨 루이싱커피를 가리키며 "우리는 사기의 황금기에 있다"고 발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투자자들에게 '중국계 기업들의 분식회계 관행의 패턴'에 대해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빅4 회계법인들은 해외 지사들이 자신들의 공유된 문화와 일관된 기준을 가진 글로벌 실체들이라고 마케팅을 하지만 법적으로는 분리된 프랜차이즈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는 특히 중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빅4 회계법인이 현지 회계법인과 연계해야 하면서도 동시에 수천 건의 감사에 대한 중앙 집중식 품질 관리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국제감사실장은 "네트워크 구조는 주로 본국 밖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그룹 감사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규제당국이 내놓은 잠재적 해결책은 미국 회계사들이 중국 회계사들의 업무를 '공동감사'하게끔 하는 방식이다. 공동감사 방식은 미국 회계법인의 파트너들이 파산 및 각종 소송 상황에서 중국 파트너들이 수행한 작업에 대해 잠재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만들 수 있으며 이는 회계법인들이 피하고 싶은 방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제안이 거의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해법들도 제시되고 있지만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하다. 빅4 회계법인의 한 정책 책임자는 "품질과 관련 없는 SEC의 요구사항까지 충족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서 중복 감사를 수행하게 될 수도 있다"며 "이는 리스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수행되고 있는 방식 역시 위기에 취약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차이나 메디컬 테크놀로지 사태와 관련해 KPMG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홍콩법원의 판사는 "KPMG의 모든 파트너에게 중국에 기반을 두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규정 준수 촉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개인적인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두바이 소재 금 거래회사 칼로티(Kaloti) 감사와 관련해 영국 법원이 EY글로벌에 대해서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한편 빅 4 회계법인은 지난해 제이 클레이튼 전 SEC의장이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의 감사 품질을 개선하라고 촉구한 이후 그들의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글로벌 감사품질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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