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금리 1년, 초저금리 끝이 보인다
금통위원(4월 금통위 회의) 다수, 금융팽창 우려 … 매파의 시간오나
일부위원은 금리인상과 연계 시사 … 가계대출, 금융당국 통제에도 여전히 높은 증가세 계속
'코로나금리' 시대가 1년을 넘겼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기준금리를 0.50%로 인하한 이후 역대 최저수준의 금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초저금리로 인해 시중 유동성은 팽창하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급등했다.
최근 경기가 살아나면서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고, 물가도 급격한 상승 조짐을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각국 통화당국은 조심스럽게 유동성 회수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길고 긴 터널의 끝이 보이면서 초저금리 상황도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전망속에 금융시장을 둘러싼 상황을 살펴본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사실상 대부분 위원이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팽창에 우려를 드러내면서 통화정책에 적극 반영할 태세다. 물가의 급격한 상승과 미국 통화당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지면서 일각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기에 인상할 가능성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을 잡기 위한 통제 방안을 내놓지만 여전히 증가추세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량 급팽창, 커지는 금융당국 근심 = 내일신문이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모든 위원이 현행 0.50% 기준금리 동결에 찬성하면서도 금융안정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일부 위원은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적극 반영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금통위원장인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위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현재의 금융안정성을 우려했다.
한 금통위원은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 지속은 가계부채 누증과 자산가격 상승 지속 등으로 금융불균형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가계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등 민간부문의 레버리지가 확대되고 있어 금융불균형 위험을 높인다"고 했다.
향후 통화정책에 적극 반영할 수 있음을 시사한 위원도 있다. 한 위원은 "올해 1분기 가계대출이 높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큰 폭 증가하는 등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었다"며 "금융안정 이슈에 대한 통화정책적 차원의 고려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경제의 회복세가 보다 뚜렷해지면 금융안정에 더 무게를 둔 통화정책 운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통위원들이 이처럼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일부 위원은 기준금리 결정에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직전 통화정책결정이 있었던 2월 회의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2월 금통위에서는 일부 위원이 금융리스크에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대체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구나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가능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통화정책방향의 결정은 금융상황만이 아니라 물가와 경기상황, 고용 등 전반적인 지표를 보면서 판단한다"며 "일부 위원이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정책결정을 고려하는 언급이 곧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로 볼 수는 없지만 지난해와 올해 초에 비해 빈도가 높아진 것을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팽창에 대한 우려는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융위의 올해 주된 과제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지난 20일 워크숍을 열고 "코로나19 위기에서 불가피하게 증가한 유동성의 질서 있는 정상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방역과 경제, 금융여건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점진적, 단계적 정상화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달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확정해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고, 담보인정비율(LTV) 한도 규제를 모든 금융권으로 확대한다고 했다.
◆당국 압박불구 4월에도 가계대출 급증 =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에 비해 16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올해 3월(6조5000억원)과 지난해 4월(4조9000원) 증가 규모와 비교할 때 3배에 가까운 증가 폭이어서 여전히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4월 가계대출 급증은 공모주 청약 등 일시적 자금수요가 맞물렸다는 분석도 있지만, 카카오뱅크 등 올해 잇따라 예정된 대형IPO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가계대출의 급증은 그만큼 금리가 싸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적용한 은행의 실질 대출평균금리(신규취급 기준)는 지난 2월 연 0.74%로 집계됐다. 전달에 비해 0.18%p 하락한 것으로 2017년 1월(연 0.71%)이후 가장 낮았다. 실질 대출금리는 지난 2월 은행의 명목 대출평균금리(연 2.74%)에서 향후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율(2%)을 뺀 수치다.
한편 지난해 5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로 인하한 이후 1년째 이어지는 초저금리는 막대한 유동성 확대를 가져왔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월 총통화량(M2)는 3313조1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2%, 전년 동기에 비해 10% 중반대의 높은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대출과 카드사용 등 가계가 끌어다 쓴 빚은 지난해 4분기 말 1726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 1637조원에서 불과 6개월여 만에 5.4%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제2금융권을 제외한 은행권 가계대출만 16조원 이상 늘어나는 등 증가추세가 이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적용된 금융당국의 만기연장 또는 이자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잠재된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며 "대출이 지난 수년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했는데, 이 때 취급된 대출의 부실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