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디지털광고 갑질 제재 '잰걸음'

2021-05-25 11:27:01 게재

광고주 심층면담 용역발주 … 페이스북·구글 등 글로벌IT 현장조사 이어 위법성 입증 총력

지난 3월부터 페이스북과 구글이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벌이는 '갑질'을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는 광고주·광고대행사 등을 심층 면담하고 소비자를 상대로 설문을 해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을 파악하기로 했다. 이들 글로벌IT들의 디지털광고 위법성을 입증하기 위한 시장조사 차원으로 풀이된다.

25일 공정위에 따르면 전날 '디지털 광고시장 실태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광고주·광고 대행사, 디지털 광고를 띄우는 웹사이트 운영사·앱 개발사 임직원을 심층 면담하고 플랫폼 기업의 약관을 분석해 불공정거래 이슈를 발굴한다는 게 핵심이다.

◆디지털광고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 =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사용자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광고 상품을 팔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서비스를 '끼워팔기' 하는지, 부당한 고객 유인이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행위를 하지는 않는지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공정위는 페이스북과 구글이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우리 DB를 공유받고 싶으면 타 플랫폼에서 광고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 갑질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왔다.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서는 디지털 광고시장 실태를 파악하고 그밖에 불공정행위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자신의 검색기록이나 인터넷 활동이 '맞춤형 광고'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관련 데이터를 주지 않겠다고 선택할 수 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페이스북 아이디로 로그인하기' 기능을 탑재한 제3의 사이트에서 활동하면 그 데이터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광고로 활용될 수 있는데 이를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용자들이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지 못하거나 관련 설정을 바꾸기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면 사실상 동의를 강제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고주에게 광고 공간이 배정되는 방식, 광고 상품 가격과 수수료, 대금 정산 방식, 디지털 광고시장 규모, 계약서를 쓰기 전에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는지 등을 파악하기로 했다.

거대 플랫폼이 이용자 DB를 토대로 불공정 행위를 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는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례가 나오면 공정위 조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광고 알고리즘 등 파악 = 앞서 공정위는 지난 3월에는 세계최대 소셜미디어업체인 페이스북, 4월에는 세계최대 IT기업인 구글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국내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등과 디지털 광고 계약을 맺으며 갑질을 했다는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두 업체는 모두 세계최대의 회원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디지털광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구글은 세계최대 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인 유투브도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의 핵심은 두 업체가 광고 상품을 팔면서 불공정 거래를 했는지 여부다. 특히 공정위는 디지털광고를 계약한 업체에 '다른 플랫폼에는 광고를 하지 않을 것'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는지 주목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거래제한'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선 연방거래위원회와 46개 주 검찰이 이와 유사한 사례를 문제 삼아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을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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