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창원 한성대학교 총장

"학과간 벽 허물고 융합형 미래인재 양성"

2021-05-26 12:07:04 게재

전공트랙제, 학제간융합전공 선택 증가 … AI응용학과·문학문화콘텐츠학과 신설

한성여자대학으로 개교했던 한성대학교가 내년이면 개교 50주년을 맞는다. 한성대는 재단분규로 1998년부터 8년 간 임시이사체제 등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이후 학내 갈등을 빠르게 정리하고 정이사체제로 복귀하고 총장직선제 도입 등 민주화를 이뤄내면서 재도약과 함께 '좋은 사학'의 표본을 제시했다. 특히 2017년에는 전국대학 최초로 학과 간 벽을 완전히 허물어버린 '전공 트랙제'를 도입하고 질적 성장을 위한 대학 혁신을 시작했다. 내일신문은 지난 17일 이창원 총장을 만나 한성대의 역사와 변화 그리고 비전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이창원 총장은 |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1992. 8 ~)/한성대 산학협력단장, 기획협력·교무처장/한국조직학회 회장(2008. 1~ 12)/한국정책과학학회 회장(2007. 1 ~ 12)/한국행정개혁학회 이사장 (2021. 1 ~ 현재)/제10대 한성대 총장(2020. 2 ~ 현재)

■한성대는 '재단분규'를 교육부 관선이사체제로 극복한 성공 경험이 있다.

우리 대학은 1997년 '대학민주화'로의 전환과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혁신을 요구받는 성장통을 경험했다. 당시 재단분규로 법인 이사회가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해 12월 교육부가 파견한 관선이사(임시이사)체제로 전환됐다.

다행히 2006년 초 이사회가 이른바 정상화 절차를 마무리하고 정이사체제로 복원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재단분규를 경험했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정상화를 이뤄냈다. 이후에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 대학은 총장직선제를 통한 대학민주화를 이뤄냄으로써 '좋은 사학의 표본'을 제시했다. 1998년부터 관선이사 시기 8년을 포함한 지난 25년간 이사회는 학교를 공공성 추구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향식 운영(top-down)에서 상향식 운영(bottom-up)방식으로 관리방식의 전환을 이뤄냈다.

특히 사실상 관선이사체제 마지막 해였던 2005년 5대 총장 선출부터 직선제가 이뤄졌으며 2016년 9대 총장 선임부터는 직원들도 총장선출 투표에 참여한다. 정규직원의 3표는 전임교원 1표와 동등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대학은 구성원 모두가 주인으로서 권리와 책임을 함께 지며 발전하고 있다.

■내년이면 개교 50주년이다. 재단분규 등 우여곡절을 겪은 한성대 구성원들에게는 좀 다른 느낌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학은 1972년 한성여자대학으로 개교했다. 이후 50년을 돌아보면 한성대 역사는 대한민국의 성장과 민주화 역사를 그대로 닮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10월 유신'이 일어난 1972년 개교해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1997년까지 25년의 한성대 역사는 성장과 효율성을 추구했던 시기였다. 이후 1998년부터 한성대 역사는 민주화와 대학발전을 동시에 추구한 시기다.

■한성대는 '전공트랙제'라는 특별한 학사구조를 갖고 있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우리 대학은 2017년 3월부터 전국대학 최초로 학과 간 벽을 완전히 허물어버린 '전공트랙제'를 도입했다. 질적 성장을 위한 패러다임적 대학 혁신을 시작한 것이다.

학생은 트랙(전공)별 정원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자기 적성에 따라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완전한 전공선택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대학과 전공을 수능 성적에 맞춰 선택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졸업할 때까지 유지해야 하는 학생들의 '고통'을 우리 대학은 '전공트랙제'를 통해 혁신적으로 없앴다.

이 제도는 1998년 이후 우리 대학의 운영 방식인 민주적 상향식 정책결정 구조의 결정판이다. 이것을 강조하고 싶다.

■가시화된 전공트랙제의 효과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먼저, 2개의 트랙을 선택하면서 단과대학을 뛰어넘는 '트랙'을 선택하는 학생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과대학의 '빅데이터트랙'과 디자인대학 '패션마케팅트랙'을 선택하거나 인문대학 '문화문학콘텐츠트랙'과 사회과학대학 '기업경영트랙'을 선택하는 형식이다. 이처럼 학제간융합전공을 선택하는 학생 비율이 2016년 7.1%에서 2020년 17.5%로 증가했다.

또 전공트랙제 도입 전후 전공교육에 대한 만족도(재학생 약 85% 응답, 5점 만점)가 2016년 3.41점에서 2020년 3.69점으로 상승했다.

이는 4차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융합역량을 학사제도로 이끈 것으로 국내에서 그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혁신적 성과다.

■학생교육에 있어서 융합을 강조해 왔다. 새로운 학과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대학은 지난 4월 '창의융합대학' 설립을 결정했다. 소속 학과로 AI응용학과와 문학문화콘텐츠학과를 새롭게 신설해 2022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

2017년 전공트랙제 도입과 2022년 신산업 융합학과 설치를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규 교과과정뿐만 아니라 비교과활동 또한 중요한 시대다. 비교과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한성대만의 정책이 있는가.

비교과통합관리 전담조직인 '학생성공센터'를 총장직속 기구인 교육혁신원 산하에 배치하고 대학교육정책, 교수-학습지원, 학생 통합상담 등 다양한 학생지원 활동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비교과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우리 대학은 또 비교과교육과정과 장학제도를 연계한 'HS비교과포인트'제도를 마련해 비교과 활동을 통해 HS핵심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한성인재장학금 수혜 혜택을 줌으로써 학생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특히 2016학번 이후 입학자부터는 졸업이수학점을 140학점에서 130학점으로 조정하고 비교과포인트 '800포인트 취득'을 졸업요건으로 규정하는 등 비교과 활동 장려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부터는 HS학생성공모델을 기반으로 비교과프로그램을 더욱 내실화해나갈 예정이다.

■앞에서 언급한 'HS 학생성공' 모델은 무엇인가.

우리 대학이 지난 5년간 축적한 교내 교육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학교는 이를 학업, 자기관리, 환경, 개인적 특성의 4개 영역으로 구분하고 16개 학생 유형별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한성대 신입생은 학습역량 진단, 신입생 실태조사, 심리적 요인분석, MBTI검사 등을 통해 현재 상태를 진단받는다. 이어 학생성공유형검사를 토대로 분류된 학생들은 유형에 따라 성공적 대학생활을 위한 지원을 받는다.

학생성공 모델 덕분에 학생 관점에서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학생성공 모델 안착과 성공사례 확산을 위해 학생성공인증체계와 학생이력관리시스템을 연동하고 구성원 참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한성대는 현장실무형 취업역량 강화를 목표로 현장실습을 강화했다. 학생들은 국내외 기업과 공공기관의 현장실습을 통해 희망 직무의 실무를 경험하고 취업까지 연계하고 있다. 우리 대학 4학년 학생 5명 중 1명은 현장실습을 경험한다.

또한 현장에서 직무수행시 필요한 내용을 교육하는 직무아카데미, 기업·직무별 현직자를 통해 실무과제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취업멘토링과 취업특강, 입사서류 클리닉·면접실습 등 구직기술강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지원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채용에 재학생과 졸업생이 대응할 수 있도록 화상 면접이 가능한 AI면접실을 구축하고, AI면접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학생들은 AI역량검사, 모의면접, 진로상담사의 1:1 면접코칭 등 취업 지원 서비스를 받았다.

또 진로·취업 프로그램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대체해 취업트렌드 분석, 자기소개서·면접 준비 등을 제공했다. 특히 직무별·기업별 현직자와 상시 질의응답 가능한 온라인 멘토링 프로그램도 코로나19 상황에서 효과적이었다.

우리 대학이 지난해 운영한 16개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연 3만700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5.6회 참여한 것이다.

■한성대는 학생들의 창업에도 다양한 지원과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성대는 좋은 조직에 자리가 있다면 취업을 하고, 시대 변화와 개인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 창업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창업역량을 키워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중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에게는 사업화 단계까지 지원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지난해 창업 시제품 제작비를 2018년 대비 7배 가량 증액하는 노력을 통해 창업기업 21곳을 배출했다. 앞으로도 기술·디자인 분야 특화, '전공 트랙제'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인 융합형 창업팀 구성, 경쟁력 있는 지식 재산 확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양한 정부 사업도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인 대학혁신지원사업에 대한 주요 성과는 어떻게 되는가.

창의융합 교육과정과 인프라에 대한 총괄 기획·운영·환류·성과확산 전담조직인 창의융합교육원을 2019년에 신설했다. 그 산하에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적인 융합기반기술인 VR·AR,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스마트팩토리 관련 교육연구센터를 설치했다.

2019년 11월에는 최첨단 장비와 공구를 활용할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자유롭게 창의융합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 디자인싱킹 공간, VR·AR전용스튜디오로 구성된 창의융합교육 인프라인 '상상파크'를 개관해 교내는 물론 지역사회 창의융합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창의융합 팀프로젝트 활동을 지원하고, AI·빅데이터 실습이 가능한 '상상파크 플러스'를 구축했다.

또 캡스톤디자인형 창의융합교과목, 디자인씽킹 교양교과목 등의 학생활동과 각종 발표, 전시에 활용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이 늘었다. 교육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먼저 '스마트원격교육센터'를 신설해 비대면 수업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지원 등의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또 비대면 수업 관련 시스템 매뉴얼 제작·배포, 찾아가는 서비스 운영, 수업 교안 및 콘텐츠 제작 지원 등을 포괄하는 'HS원격교육원스톱서비스'를 도입해 교수자-학습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센터에서는 온라인 수업 운영 현황 분석과 교수·학습자 대상 요구분석을 기반으로 '원격수업 질 관리 종합 분석 연구'를 통해 맞춤형 원격교육 질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각 단계별 활용이 가능한 체크리스트를 제작해 적용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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