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정적자, 집권당 아닌 대외충격이 좌우

2021-05-31 11:11:51 게재

석유파동·팬데믹 등으로 재정확대 … "바이든 부양책, 미국 최대 4%p, 세계 1.1%p 성장 견인"

한국은행 보고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가운데 미국의 역대정부는 집권당의 성격보다 전쟁 등 외부충격에 의한 재정적자가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규모 재정지출에 대한 찬반 논란도 확산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바이든 정부 재정정책이 미국과 세계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적자는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과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등 심각한 경기침체기와 전쟁 등으로 인한 군비 지출이 확대됐던 때가 컸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민주당은 큰 정부,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대통령의 출신 정당보다 외부 충격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재정지출 비율도 1950년~1975년 사이에 상승세를 보이다가 1975년 이후에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실제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막대한 군비지출 등으로 GDP대비 최대 30%에 가까운 재정적자를 보였다가 이후 적자 폭이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10% 안팎까지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로 재정적자 폭이 다시 크게 증가했다.

이와 관련 대규모 재정지출에 대한 찬반 논란도 거세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그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등은 재정지출 규모가 크지만 △경기와 인플레이션간 관계 약화 △높은 민간부채로 인한 소비와 투자 확대 한계 △고용부진 지속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확대 제한 등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재무장관을 했던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은 막대한 재정지출이 경기과열을 유발하고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막대한 재정적자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저하시키고, 증세로 인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이 추가로 올라가고, 세계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 4%p를 추가로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 경기부양책(ARP)은 미국의 가계소득 확충을 통해 민간소비를 개선시켜 총수요를 진작할 것"이라며 "주요 전망기관은 미국의 ARP가 올해 미국의 성장률을 2.5∼4.0%p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미국경제의 성장속도가 빨라지면 글로벌 교역과 투자가 확대되면서 세계경제 회복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1차적으로 미국의 소비와 투자가 확대돼 교역국 수출이 증가하고, 글로벌 경기회복 가속화로 미국 이외 국가의 수입 수요가 증가하는 연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고 미국의 재정확대 기조 강화에 따라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기업의 투자도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의 재정확대로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이 3∼4%p 높아지면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성장률도 0.9∼1.1%p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향후 10년간 5조900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인프라 투자계획을 밝혔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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