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개인회사 내부거래 3배로 늘어

2021-06-07 11:18:17 게재

2019년엔 6500억원대→지난해 1조9천억 규모 … 공정위, 플랫폼규제 주력하다 내부거래 감시소홀 지적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들이 지난해 계열사와 내부거래로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이고 3배 가까이 폭증했다.


그 사이 신규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숫자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재벌의 내부거래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감시가 소홀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공정위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온라인·플랫폼 기업에 대한 신규규제에 주력해왔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로 현장조사 등이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내부거래 감시망이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계열사와 거래 개인기업 50곳 =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 가운데 총수일가 지분이 100%이면서 지난해 계열사와 거래를 한 곳은 50개였다.

이들 50개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413억원이다. 이 가운데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액은 1조8591억원(30.8%)이었다.

내부거래가 1조원대인 대방건설그룹이 대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되면서 총수일가 개인회사들의 내부거래 총액이 2019년 6559억원보다 급증했다.

하지만 신규 지정된 그룹은 빼고 2년 연속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그룹만 보더라도 총수일가 개인회사들의 내부거래 총액은 2019년 6559억원에서 지난해 8161억원으로 늘었다.

◆내부거래로 먹고사는 총수회사 =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지분이 100%인 현대머티리얼은 작년 현대비앤지스틸의 상품 중개 및 운송 일감을 받아 135억원(전체 매출액의 6.2%)의 매출을 올렸다. 2019년에는 내부거래가 99억원(전체 매출액의 4.9%)이었다.

허정수 회장과 그의 가족이 지분을 100% 보유한 GS네오텍은 지난해 내부거래가 60억원(매출액의 1.4%)이었다. 지난해 8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GS네오텍은 155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와 그의 여동생 및 아들들이 소유한 승산은 내부거래가 10억원(매출액의 4.2%)이었다. 이 회사 역시 지난해 110억원을 배당했다. 승산은 지주회사인 ㈜GS 지분을 0.3% 보유하고 있다.

하림그룹 회장 2세의 개인회사 올품은 54억원(매출액의 1.8%)을 내부거래로 벌었는데, 이 회사는 지주회사인 하림지주의 지분 4.4%도 보유하고 있다.

통상 지주회사 체제라면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말한다. 하지만 하림은 총수 2세→올품→하림지주→자회사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경그룹 동일인 장영신 회장과 그의 자녀들의 개인회사 에이케이아이에스는 내부거래 비중이 전년(69.7%)보다 오른 79.4%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주회사 AK홀딩스의 지분 10.37%도 보유하고 있다.

◆대방건설 내부거래 1조원대 = 특히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새로 지정된 대방건설그룹의 내부거래 규모는 역대급이다. 대방건설그룹에서 총수일가 지분율이 100%인 회사 3곳은 지난해 총 1조355억원에 달하는 내부거래를 했다. 대방건설이 9707억원(매출액의 62.3%), 대방산업개발이 617억원(매출액의 82.6%), 대덕하우징시스템이 31억원(매출액의 37.7%)이다.

또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현대회상화재보험 그룹의 솔로몬테크노서플라이도 매출의 4.2%(18억원)를 계열사 내부거래로 벌었다.

총수일가 개인회사가 계열사와 하는 내부거래는 자산 증식이나 편법적인 지배력강화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공정위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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