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우루 과거와 사우디의 미래

2021-06-09 11:36:22 게재
허영진 대한변리사회 국제부회장

학교 대중교통 병원에 신문까지 모든 서비스가 무료이고, 세금도 없는데다 심지어 일을 하지 않아도 부유한 나라가 있었다. 1982년 뉴욕타임즈에 실린 '나우루'라는 서울 용산구만한 섬나라 이야기다.

나우루에는 알바트로스와 같은 바다새 배설물이 퇴적되어 형성된 '인광석'이 풍부했다. 인광석은 화약이나 비료 원료로 사용되는 값비싼 자원이다. 나우루는 인광석으로 막대한 부를 누렸다.

그러나 무분별한 채굴로 인해 1990년대에 들어 인광석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모든 물품을 수입하여 사용했던 나우루에는 산업기반이 전혀 없었다. 노동도 외국인에 의존했던 터라 국민들의 무기력도 심했다. 이에 나우루는 기초산업은 포기하고 금융업을 시작하여 세계의 검은 돈을 보관하는 일종의 조세피난처를 운영하였다.

하지만 9·11테러 발생 이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고 제재조치를 받게 되면서 금융업은 실패하게 되었다. 현재 나우루 경제는 대부분 호주에 의존하고 있다. 풍요로웠던 천연자원에 너무 의존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자원부국은 중동 산유국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선언, 신재생 에너지로의 대전환 등의 경향을 볼 때 중동 산유국에 나우루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 여파까지 겹쳐서 한때 원유가가 배럴당 마이너스 40달러까지 떨어진 일도 있었다. 이러한 대격변 시대에 산유국들도 대비를 하고 있으며, 그 중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2016년 '사우디 비전 2030'을 수립했다. 이 계획은 탈석유 및 산업 다각화를 위한 것으로, 2030년까지 비석유 재정수입을 약 6배 증대시키고, GDP 중 비석유 수출 비중을 16%에서 5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우디는 이를 위해 관광, 광업,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허청은 2019년 사우디지식재산청과 지식재산협력을 체결했다. 이후 한국의 지식재산 전문가들을 사우디로 파견하여 사우디 국가지식재산전략수립, 정보화 컨설팅, 사우디 특허·디자인·상표 심사관의 역량강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2023년까지 지속될 이 프로젝트의 규모가 총 36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하니, 양국이 지식재산이라는 무형의 영역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필자가 정유회사에 근무하던 1995년부터 2000년 당시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가 지식재산을 중심으로 크게 발전하여 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사우디는 국가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12조리얄(약 3700조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사우디 왕세자가 2019년 한국을 방문하여 10여건의 MOU를 체결하였으니 우리기업의 사우디 진출 기회가 열린 셈이다.

아쉽지만 현재까지 우리기업의 사우디 진출 규모는 필자가 기대하는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우리 정부가 지식재산 전문가들을 파견하는 것에만 만족하지 말고 우리 기업들이 중동 시장을 개척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을 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