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미래 먹거리는 친환경, 무한 기술경쟁 돌입

2021-06-16 10:46:50 게재

폐기물·수처리분야 인수합병 등 재편 … 기술집약 그린수소에 미래 먹거리

ESG(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경영이 기업의 새로운 가치로 등장하면서 국내 건설업계도 발빠르게 친환경기업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특히 폐기물과 물산업, 그린수소 생산 분야에서 건설사들의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해졌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생산, 폐기물 처리·수처리 시설 확대로 건설업계 움직임이 바빠졌다. 건설업계는 친환경 사업을 이끌 인재를 영입하는 한편 장기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해외 수주가 열리지 않은데다 국내 주택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건설업의 지속성장을 뒷받침할 또다른 신사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이 공통된 인식"이라며 "ESG 등 친환경 경영 바람이 불고, 탄소배출 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풍력발전 진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이 설치·운영하는 경주풍력발전 단지. 사진 코오롱글로벌


◆폐기물처리·물산업에 주목하는 건설업계 = 건설업계에서는 친환경을 뜻하는 '에코'와 건설의 '콘스트럭션'을 합한 '에콘스트럭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건설업계가 친환경 사업을 통해 지속성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사업 중에서는 폐기물처리 시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지정폐기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각종 산업폐기물을 처리할 시설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민원과 땅값 등의 문제로 폐기물처리 사업은 쉽지 않다. 건설업계는 폐기물처리 기술을 개발해 이같은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이 분야를 주도하는 업계 1위는 태영그룹 계열사인 TSK코퍼레이션이다. 다음으로 와이엔텍, 와이에스텍 등이 있다. 환경산업에서는 건설업계가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 시공능력이 우수한 주요 건설사들이 기술개발은 물론 투자유치 내세워 업계를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태영건설, 아이에스동서 등이 폐기물처리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이다.

SK에코플랜트는 6월 초 충청지역 폐기물처리업체 △클렌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DDS) 등 4곳을 인수했다. 지난해 인수한 EMC홀딩스를 기반으로 폐기물처리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폐기물 시장에 진입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충남 천안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소각처리하는 시설을 설치운영 중이다. 생활폐기물 190톤과 음식물폐수 130톤을 처리할 수 있는 1호기와 생활폐기물 200톤과 음식물폐수 50톤을 처리할 수 있는 2호기가 있다.

친환경 건설사업 중 수처리분야도 급성장하고 있다. 물산업은 전체 환경산업 내에서 2위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노후 인프라 교체와 에너지 효율을, 개발도상국에서는 인프라 증가와 규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0~2000년대 설치된 하수처리시설이 노후화해 이를 개선하는 사업이 급선무다. 2030년에는 30년 이상된 노후시설이 191곳, 25년 이상은 334곳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린수소 생산시설 잡아라 = 고도화된 친환경사업으로는 그린수소 생산시설이 꼽힌다. 그린수소는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발전 사업을 통해 생산하는 수소를 말한다.

국제 에너지 싱크탱크인 에너지전환위원회는 그린 수소 수요가 2050년까지 매년 5억~8억톤 증가해 전체 에너지 수요의 15~2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원회는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로 그린 수소의 공급 단가는 ㎏ 당 2달러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 단지를 보유한 곳에서는 생산 단가가 더 낮아진다. 국내에서는 풍력발전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린수소 공급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내 수소경제가 성장할수록 건설사들의 친환경 사업도 진일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에코플랜트가 주력하는 사업은 수소연료전지발전이다. 이 분야에 선도적인 기술을 가진 블룸버그에너지와 합작으로 발전 사업에 나섰다. SK에코플랜트는 그룹 계열사인 SK가스와 함께 수소연료에 대해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건설도 수소에너지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충남 대산산업단지에서 부생수소를 활용한 '대산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했다. 이 발전소는 50MW규모로 연간 40만MWh의 전력을 생산해 충남지역 약 16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공급한다. 한화건설은 "풍력발전사업과 수처리 분야 등 친환경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다양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환경친화적 개발을 선도하는 그린디벨로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연가스와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DL이앤씨도 국내외에서 부생수소 생산 플랜트 실적을 쌓고 있다. 암모니아를 활용한 그린수소(친환경 방법으로 생산하는 수소) 플랜트 시장도 관심 분야다.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DL이앤씨가 확보했다. DL이앤씨는 천연가스를 통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암모니아 플랜트 건설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그린수소는 친환경에너지시설을 거쳐 생산돼야 하기 때문에 최근들어 태양광 보다는 풍력발전 분야가 더 주목받는다.

코오롱글로벌은 10여년 전부터 풍력발전을 미래 먹거리로 정했다. 풍력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입지분석 풍황분석 사업성검토 등 무료 컨설팅을 지원하며 풍력분야 기초 체력을 착실히 키웠다.

풍력발전은 사업시행기간이 길어 최소 5년 이상 버틸 수 있는 경영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자금력이 부족하거나 경영의지가 없을 경우 사실상 시행준비기간을 버틸 수 없다. 이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도 쉽게 도전하지 않았지만, 최근 풍력발전에 기술을 투자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같은 친환경 바람이 건설업계의 이미지 개선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친환경 사업이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데다 자금 회전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기반시설과 주택건설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린뉴딜 시대에 건설사 이미지가 개발과 오염으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 친환경 바람을 탄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사 내부 결정 구조 등을 보면 아직 개발 중심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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