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지우기? … 윤석열, 바빠진 행보

2021-07-05 00:00:01 게재

이재명 '점령군' 발언 공격

원희룡·권영세 잇따라 회동

'중도확장' 대신 '보수결집'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공방,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잇다른 회동 등으로 대선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장모가 불법 요양병원 개설 혐의로 법정구속되면서 여권의 검증·네거티브 공세가 가속화되자 이슈 전환을 시도하는 한편 보수 지지층 결집도 함께 도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셀프 역사왜곡,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 하고 미 점령군과 합작해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는 이재명 지사의 발언을 겨냥해 "그들은 대한민국이 수치스럽고 더러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며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 거냐"고 비판했다. 경쟁 대선주자에 대한 공식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념에 취해 국민의식을 갈라치고 고통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재명 지사 등의 언행은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지사는 "구태 색깔공세"라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해방 후 미군이 38선 이남을 점령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점령군' 표현에 대해서도 "이승만 대통령도 썼던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이 처가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보도에도 반박문을 내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YTN '뉴스가 있는 저녁'과 한겨레 '논썰'이 윤 전 총장 장모와 법정 분쟁을 겪은 인물의 주장을 인용 '윤 전 총장이 2012년 3월 최씨 관련 형사 사건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법무부 징계를 받은 의혹이 있다'는 취지로 보도를 한 데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당시 징계사유를 담은 법무부 공고를 4일 공개하며 정면 반박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과의 접점을 이어가며 '밀고 당기기'도 계속 하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은 3일 저녁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과 만났다. 그는 회동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선 "정권교체를 위해 자유민주를 추구하는 세력이 힘을 합쳐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입당 시점을 당겨야겠다는 생각이 드느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 29일(대선 출마회견) 말씀드린 기조는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기자들에게 "입당이 너무 늦어서는 곤란하고, 최소한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우리와 함께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며 "(윤 전 총장이) 아무런 얘기 없이 듣고 있었으니 묵시적 동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8월 내로 입당할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확실한 정권교체를 하려면 지금보다 더 넓은 지지기반이 필요한 만큼 이를 위해 활동하는 시간이, 입당 여부를 결정하는 것보다 더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전언이다. 그는 앞서 2일에는 원희룡 제주지사와 만찬회동을 가졌다. "큰 틀에서 협력하면서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자는 뜻을 확인하고 의기투합"했다는 게 원 지사의 설명이다.

이날 윤 전 총장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 도서관과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 기념재단을 잇달아 방문하기도 했다.

분주해진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선행보를 본격화하면서 최근 장모사건으로 불리해진 여론을 중화시키기 위해 이슈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엄 소장은 "역사논쟁과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연쇄회동은 보수층 결집을 의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그가 원했던 중도 중심의 외연확장은 어려워졌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여론조사 업체 글로벌리서치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가상 양자 대결 조사를 한 결과, 이 지사는 44.7%, 윤 전 총장은 36.7%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8%p)가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밖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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