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산업자 의혹' 피의자 추가 입건 검토

2021-07-07 11:28:07 게재

선물제공 리스트 내사 …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언론계 확대

정치권은 특별사면 책임 공방 … 법무부 "특별한 사정 없어"

수산업자 행세를 하며 정관계에 금품을 건넨 의혹을 받는 김 모씨 관련 의혹이 계속 번지는 모양새다. 김씨의 선물 제공 리스트를 기반으로 사실확인 중인 경찰은 기존 입건된 4명 외에 추가로 언론인 등을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7일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씨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은 종합편성채널 기자 등 3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에 대해 경찰측 관계자는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 "추가 입건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김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 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배 모 전 포항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 4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중이다. 이들은 김씨에게 시계, 골프채 등 금품 및 편의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직무관련성과 상관 없이 1회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이들 외에도 범죄 혐의 확인이 필요한 다른 인물들도 내사 대상이다. 박영수 특별검사,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김무성 전 의원 등이 김씨에게 선물 또는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져 사실 확인 대상에 올랐다. 인터넷 언론사 부회장 등의 명함을 가지고 정관계까지 문어발 인맥을 넓힌 김씨는 유명인과 인연을 맺게 되면 함께 사진을 찍고, 선물을 보낼 때에는 직원에게 상대방의 이름 및 주소 등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같은 심부름을 맡아서 한 전직 직원을 통해 경찰이 확보한 김씨의 선물 제공 리스트에 적힌 유력인사는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 외제차 무료 대여 의혹이 제기된 박영수 특별검사는 5일 입장문에서 "렌트비로 현금 250만원을 전달했다"면서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다만 렌트비 전달이 실제 렌트 시점보다 뒤늦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이름이 거론되는 다른 인사들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씨는 최근 자신이 선물을 보낸 정관계 유력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되며 '수산업자 게이트'로까지 명명되는 데 대해 오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의 변호인은 6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씨는 자신이 전방위로 금품을 전달했다는 보도들에 대해 억울해 하고 있다"며 선물에 대해선 "대게·과메기 등 특산품을 보내기는 했지만, 청탁금지법 위반 여지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 의혹은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김씨가 2018년 특별사면을 받은 데 대해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5일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할 때 사기꾼을 특별사면 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6일 입장문에서 "2018년 신년 특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은 관계 법령에 따라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쳐 사면 대상을 적정히 심사해 대통령께 상신했다"며 "정부는 이를 공정하게 검토해 2017년 12월 30일 일반 형사범·불우 수형자 등 6444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했고 당시 절차상 특별한 사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선동 오징어' 매매를 미끼로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씨에 대한 재판은 7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이날 재판이 공개로 이뤄질 경우 금품 살포 의혹이 불거진 후 김씨가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김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에 대한 3회 공판을 연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 2명을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심리는 원칙적으로 공개되며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재판부 직권에 의해 비공개로 진행될 수 있다.

김씨는 "선동 오징어에 투자하면 수개월 안에 3∼4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피해자에는 김무성 전 국회의원의 형과 김씨의 정관계 인맥에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언론인 출신 정치인 송 모씨도 포함됐다.

한편, 김씨의 전방위 사기 행각은 계속 드러나고 있다. 김씨는 KXO(한국3x3농구위원회) 회장 재임 때 경북 포항시장과 부시장을 연이어 만나 길거리 농구대회 개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김씨는 사전 약속 없이 이강덕 포장시장을 만나러 갔다가 무산되자 송경창 당시 부시장을 만났다. 김씨는 KXO 리그 개최에 따른 예산을 요청했지만 송 부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100명 이상 모이기 어려운 점과 예산 부족 등을 들어 거절했다.

김씨는 이후 언론사 기자를 통해 이 시장과도 만나 역시 농구대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거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항 지역에 차린 자신의 렌터카 회사에 슈퍼카 10여대를 갖춰놓고 이 시장을 초대하기도 했다. 이같은 만남에 대해 이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켕길 것은 전혀 없지만, 다른 사람 소개로 김씨를 만난 것 자체가 부끄럽긴 하다"며 "다만 정치하거나 시장하는 사람은 많은 사람을 안 만날 수 없고 혹시나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누구든지 만나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연합뉴스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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