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실종 공무원, 사생활 공개는 인권침해"

2021-07-08 11:34:19 게재

인권위 "도박빚 등 국민 알권리 영역 아냐"

해양경찰청에 재발방지책 마련 등 권고

지난해 9월 서해 인근 해상에서 실종·사망한 공무원의 채무상황 등 사생활을 공개한 것은 유족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7일 "해양경찰청이 해당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시 망인의 민감한 정보를 공개해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에 소홀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양경찰청장에게 수사내용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것, 수사과정에서 유가족에게 진행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 윤성현 수사정보국장과 김태균 형사과장에게 경고조치를 내릴 것 등을 권고했다.

앞서 고인의 아들은 지난해 11월 "해경이 고인에 대해 '정신적 공황'이라고 표현하고, 월북의 증거라 하면서 도박 횟수와 금액 등 월북여부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금융자료를 발표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고인의 전 부인 역시 "민감한 개인신상에 관한 수사정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 명예살인을 자행했고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에게 도박하는 정신공황 상태의 아빠를 둔 자녀라고 낙인찍어 미래를 짓밟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해경 측은 "언론에서 채무·도박에 관한 의혹 제기가 있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확인해줄 필요가 있었다"며 "특히 고인의 도박 횟수·금액·채무상황을 밝힌 것은 월북 동기를 밝히기 위한 불가피한 설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대한 공개가 당연시될 수 없다"며 해경 측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실종 동기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수사의 필요성과 수사의 공개 대상은 완전히 별개"라며 "고인의 경제적 상황 등에 대한 내용은 국민의 알권리의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진정인에 포함됐던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에 대해선 진정을 각하했다. 신 의원은 당시 "월북을 계속 감행하면 사살하기도 한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단순한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봤다.

유가족측은 인권위 조사결과 발표 후 입장문을 내고 "해경이 그동안 주장해 오던 월북 근거, '도박으로 채무가 많아 정신공황이 왔다'는 근거는 허위일 뿐만 아니라 신빙성이 없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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