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플러스 합의무산 … UAE의 셈법 뭘까
2021-07-08 11:08:55 게재
미 시사월간 '애틀랜틱'
몇달 전부터 서구 부유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기세가 꺾여 사람들이 통근과 자동차 여행, 항공기 탑승을 재개하면서 석유 수요가 크게 늘었다. 반면 공급은 그렇지 않았다.
전세계 석유의 약 40%를 생산하는 OPEC플러스 국가들은 지난해 석유 시추를 크게 줄였고 아직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예상대로 수급의 불일치에 따라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올해 초 배럴당 48달러에서 이달 1일 75달러로 껑충 뛰었다.
1일부터 정례회의를 시작한 OPEC플러스는 수급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석유생산량을 늘려 유가를 낮춘다는 것. 7일 모든 회원국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데엔 합의했지만, 얼마나 증산하느냐에 대해선 불협화음이 터졌다.
OPEC플러스 대다수 국가들은 하루 순생산량 40만배럴을 늘린다는 데 합의했지만, 아랍에미리트(UAE)가 반대했다. 그 이상 증산해야 한다는 것. OPEC플러스는 합의제 기구이기 때문에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소식에 국제유가는 전세계적으로 상승했다.
애틀랜틱은 두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OPEC 국가들은 석유를 싸게 팔길 원하는가다. 결국 석유는 상품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플러스 회원국들은 적정가격을 추구한다. 수요가 계속 늘어나도록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길 원한다. 신재생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원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충분히 비싸길 원하는 측면도 있다. 석유수출이 정부재정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의문은 좀더 흥미롭다. UAE는 왜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길 원할까. 대답의 일부는 OPEC플러스가 작동하는 방식에 있다. 회원국들은 이론적으로 국가별 생산할당량을 넘을 수 없다. UAE의 기준선은 하루 320만배럴이다. 하지만 380만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UAE가 반기를 든 또 다른 이유는 기후변화, 그리고 에너지 생산 방식에서의 혁명에 있다는 분석이다. 부유한 나라들의 경우 석유는 대부분 사람과 물건을 움직이는 데 쓰인다. 자동차와 트럭, 버스, 배, 비행기 등이다. 미국 경제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부문은 교통이다. 산유국들은 현재 보다 많은 교통수단이 탈탄소로 향하는 세상에 직면했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사고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전기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석유수요가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이는 OPEC이 조만간 원하는 만큼을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유가를 낮춰야만 한다.
UAE의 행동은 이런 이유에서 나왔다. UAE는 현재의 석유매장량을 미래엔 제값을 못 받을 것으로 본다. 전세계 국가들이 속속 기후변화 정책을 채택하고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더 저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UAE는 국제유가를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 해도 매장량의 현재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전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대처 정책은 석유소비를 앞당기는 것이기도 하다. 산유국들은 10년 뒤 뽑아올리려 계획했던 석유를 오늘날 생산하도록 강제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녹색에너지가 계속 저렴해지면, 석유기업들은 더 많이 석유를 뽑아올려 더 저렴한 석유를 공급하려 할 것이다.
애틀랜틱은 "하지만 당장의 조건에서 그같은 과정이 펼쳐질지는 불확실하다.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면 미국 셰일석유 기업들이 일제히 증산에 나설 수 있다. OPEC플러스 국가들, 특히 러시아는 이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 때문에 OPEC플러스가 결국은 UAE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마찬가지로 국제유가 상승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도록, 계획보다 빨리 화석연료를 탈피하도록 만들 수 있다. 또는 반대로 UAE나 다른 OPEC플러스 회원국이 합의를 깨고 제멋대로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다. 그러면 OPEC은 붕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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