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복' 논란에 빛바랜 송영길-이준석 재난지원금 합의

2021-07-13 11:20:06 게재

국민의힘 "소상공인 손실보상 우선, 재원 남으면 재난지원금 확대 검토"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 발표했다가 "필요 여부 검토 취지" 정정 혼선

야권 내 반발, 윤희숙 "내부 철학 붕괴" … 안철수 "포퓰리즘 들러리"

12일 저녁 여야 당대표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관련 전격 합의가 번복·철회 논란을 거치며 빛이 바랬다. 야권 내부에서는 대표가 당론과 배치되는 합의를 했다는 반발이 나와 한동안 여진이 예상된다.

◆이준석 "선별이 당론"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코로나19 재난지원금에 대해 "선별지급·선별지원이 저희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재난지원금 합의가 번복된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만찬 회동 결과 브리핑하는 송영길과 이준석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이 대표는 "소상공인 지원을 현행 3조9000억원에서 훨씬 늘리자는 게 저희 선별지원을 강화하는 것이고, 민주당 같은 경우 보편지급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어서 80% 지급에서 100%로 가는 것이 그 부분을 반영한 것"이라며 "양당이 추구하는 게 있었고, 각자 서로 양해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어제부터 방역이 강화돼 저와 송 대표가 식사하고, 저희가 얘기한 내용을 정리해서 옆방에서 식사하던 대변인들에게 스피커폰으로 전달했다"며 "구체적인 설명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대변인들이 진행했는데, (송 대표와의) 논의 과정에서 있던 고민이 전달되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2일 두 대표의 만찬회동 후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 하고,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 소속 의원들의 반발이 나오자 약 2시간 후 "손실을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그 후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 시에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를 소득 하위 80%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해 방역 상황을 고려해 필요 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정정하면서 번복 논란이 일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14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여야 당대표 회동 후 당대표와 원내지도부가 모여 이 같은(정정 발표된) 합의 내용의 취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1차 추경 또는 본원 예산에서 중복되거나 실효성이 없거나 집행률이 저조한 예산 삭감에 과감히 동의해 준다면"이라고 전제하며 "추경의 총액을 늘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난지원금 확대도 충분히 검토할 여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정'과 '검토' "하늘과 땅 차이" = 혼선은 일단락됐지만 당초 '검토'가 '결정'으로 발표된 탓에 후폭풍이 거셌다는 평가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사고를 쳤다"는 뒷말도 나왔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합의를 결정한 것과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라며 "이 대표가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를 방역 진정 이후로 미루는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합의를 느슨하게 한 것 같다"고 봤다.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조해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가 송영길 대표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고 보도됐다"며 "사실이라면 황당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당의 기존 입장은 반대였다. 전국민 지급을 통한 소비촉진은 코로나 방역에 역행하는 것이자 소득재분배에 역진한다"며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큰 문제"라고 반응했다.

재난지원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윤희숙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서 "양당 대표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 생각의 전투에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며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힘 지지자를 꼿꼿이 세우고, 합리적인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 대표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13일 페이스북에서 "선별 지원 후 남는 재원이 있을 경우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추후 전국민 재난지원금 살포를 막을 명분을 상실했다"며 "여당의 포퓰리즘 매표 행위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라고 했다.

그는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우선 지원해야 한다"며 "남는 재원이있다면 저소득층 지원과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국가부채상환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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