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 이야기│(43) 임원배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

"수퍼마켓 경쟁력은 물류에 있다"

2021-07-13 19:09:31 게재

25년째 고양 화전에서 매장 운영

통합물류시스템으로 경쟁력 회복

"정치권·중기부 식자재마트 규제"

수퍼마켓은 골목상권의 상징이다. 예전에는 동네 사랑방이었다. 유통대기업이 동네상권에 진출하고 온라인플랫폼 등장 등 유통환경이 급변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더 힘들어졌다.

생존 위기에 몰린 수퍼마켓의 부활을 꿈꾸는 이가 있다. 임원배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이다. 임 회장은 수퍼마켓 주인이다. 25년간 고양시 화전지역을 떠나지 않고 있다.

"수퍼마켓은 여전히 서민들의 주요한 식생활용품 공급처다. 수퍼마켓 활성화는 수만명의 소상공인이 극빈층으로 추락하는 걸 방지하는 길이자 골목상권을 유지하는 대안이다."

최근에 서울 영등포구 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임 회장의 첫마디는 '수퍼마켓 역할론'이다. 수퍼마켓이 단순히 물건 파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사회 소통 통로이자 골목상권 유지 기능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수퍼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수퍼를 운영하는 상인들의 고령화부터 급변하는 유통환경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임 회장은 우선 '수퍼마켓 활성화' 방안의 첫걸음으로 '수퍼마켓과 물류의 통합'을 제시했다. 그는 "수퍼마켓은 중소유통점으로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물류가 뒷받침돼야 생존할 수 있다"면서 '수퍼의 경쟁력은 물류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의 대안은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연합회는 전국 46개 지역조합에서 정부지원 하에 34개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와 12개 지방자치단체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통해 공산품과 주류공동구매 사업을 활발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문제는 물류센터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데 있다. 물류가 통합되지 않아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상품 구매도 개별 물류센터별로 이뤄지고 있다.

그가 '통합물류시스템 구축'을 강조하는 이유다. 전국을 대물류센터와 중물류센터로 구분하고, 시스템을 통합해 중소유통물류 거점으로 운영하려는 복안이다. 임 회장은 "통합물류시스템을 갖추면 대형마트와 동일한 구매력을 갖추게 돼 개별 동네수퍼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수퍼의 포스(POS, 판매시점정보관리)와 물류센터정보를 통합해 개별 수퍼의 혁신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임 회장 판단이다. 지역·계절·시간대별로 잘 판매되는 상품과 재고 등을 파악해 경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물류시스템 구축과 함께 임 회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건 '편의형 수퍼마켓'과 '로컬푸드'이다.

대기업은 풍부한 자본으로 시설에 투자하고 강력한 구매력으로 경쟁력을 갖춘다. 반면 수퍼들은 시설투자와 구매력 부재로 설자리를 잃고 있다.

편의형 수퍼마켓은 말 그대로 수퍼를 찾는 주민의 편의를 고려한 상품을 구성해 수퍼 기능을 되찾기 위한 방안이다. 상품구성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가능하다. 편의형 수퍼마켓 규모를 30평 50평 등으로 표준화해 정부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재배되고 가공된 농산물을 수퍼에서 전문적으로 취급하자는 내용이다. 수퍼마켓이 지역 농산물 전문매장이 되는 셈이다.

"보통 수퍼마켓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간편식 청과 야채 등이다. 여기에 지역 주민들의 생활형태에 따라 요구되는 품목이 있다. 통합물류시스템을 구축하면 품질과 가격쟁력 모두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는 "편의형 수퍼마켓 확산은 기존 수퍼를 혁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연합회의 이런 노력에 정부의 호응을 바랬다. 연합회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는 수퍼마켓 활성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현장과 적극 소통했으면 한다고 얘기한다. 최근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을 보면 아쉬움이 크다.

대표적인 사업이 무인점포다. 무인점포는 단일 품목의 전문점은 가능하다. 그러나 수퍼마켓 활성화나 혁신과는 거리가 있다. 무인점포에서는 수퍼마켓 이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류와 담배를 팔지 못한다. 당연히 수퍼마켓의 무인점포 전환은 중기부 계획과는 달리 더딜 수밖에 없다.

그는 정치권과 중기부에 골목상권 공룡으로 등장한 '식자재마트' 규제도 호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식자재마트 규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정치권과 중기부를 지적했다.

2018년 제11대 연합회장으로 취임한 임 회장. '수퍼마켓 털보'로 유명한 그가 회장에 나선 배경운 '수퍼마켓 동료 상인들의 고통' 이 자리잡고 있다. 그 고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아내와 단둘이 25년간 한 장소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새벽에 팔 물건을 구매하고, 아침 일찍 가게문을 연다. 연합회 업무와 더불어 최근에는 제도 개선을 위한 회의와 집회 참석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수퍼마켓은 국가경제의 실핏줄이다. 협동조합의 상부상조 정신으로 수퍼마켓을 활성화하는데 노력하겠다."

임 회장의 발걸음에는 수퍼마켓 상인의 애환과 희망이 담겨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