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탄소국경세 발표 앞두고 배출권시장 들썩

2021-07-14 10:44:03 게재

고탄소 수입품에 비용 부과 … 배출권 거래제 활성화 기여

탄소배출 절감 기업에 유리 … 감축비용 재무 성과에 영향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제 발표를 앞두고 유럽 탄소배출권 현물과 선물 가격이 급등했다. 향후 배출권 가격 상승세는 더 높아지고, 유럽을 제외하고 침체된 국내외 배출권 거래제 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탄소감축 관련 사회적 비용이 국내 상장기업의 재무 성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2023년부터 단계적 시행 … 2026년 전면 도입 = EU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유럽연합의 2030년까지 온실가스 55%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입법 패키지 핏포 55(Fit for 55)를 발표한다.

EU는 이날 탄소국경 조정세(CBAM)도입안도 포함해 밝힐 예정이다. 유럽정책 뉴스매체 Euractiv에 의해 지난달 3일 사전 유출된 입법 내용에 따르면 CBAM에 포함된 산업 부문에 대해서는 무상할당 제도가 적용되지 않으며 철강, 시멘트, 전력, 알루미늄, 비료 등의 제품에 우선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수출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철강, 석유화학 업종에 악재. 난방유나 항공유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비용 부과방식은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의무적으로 구입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 높다. CBAM 적용 품목 수입자는 사전에 연간 수입량에 해당하는 양의 'CBAM 인증서(certificate)'를 구매해야 한다. 인증서 1개는 탄소 1t에 해당하며, 품목별 탄소량은 생산 과정에 발생하는 직간접적 배출을 모두 고려해 결정한다.


CBAM은 제조 국가의 탄소세 부담으로 인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겨버리는 탄소누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EU 역내로 수입되는 탄소집약적인 수입품에 대하여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EU는 1차적으로 탄소배출이 많은 품목 철강·시멘트·전기 등에 CBAM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부터 단계적 시행을 거친 후 2026년 전면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탄소국경 조정세가 적용된다면 국내 주력 수출 산업은 철강, 석유화학, 기계, 장비 등을 중심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예정"이라며 "대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추가 비용 금액은 연간 10억61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대외정책연구원은 EU가 이산화탄소 1t당 30유로를 전 분야에 과세할 경우, 우리나라는 연간 10억6100만달러(약 1조2200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세율로 따지면 1.9%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편 탄소가격제에 대한 전세계적 논의도 활발하다. 지난 10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2021년 제3차 주요 20개국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탄소가격제 추진 필요성이 강조되고, G20의 공동성명에 언급된 만큼 여러 국가의 공식적인 지지를 얻는 추세다. 탄소가격제의 세부적인 정책 방안 (GDP와의 연계, 화석연로에 대한 보조금, 화석연료 구매에 대한 소비세 등)에 대해서는 논의 과정 중에 있다. 세부적인 정책 방안에 대해서 각 국가 간 입장 차가 있으나 10월 말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유럽 탄소배출권 60유로 육박 =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럽 탄소배출권 현물과 선물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2018년엔 5유로에 머물던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해 2분기 50유로를 돌파해 60유로에 육박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홍재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CBAM이 EU 탄소배출권에 연계될 경우 수입업자의 EU 탄소배출권거래제도(EU-ETS) 배출권 구매 수요가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 절감에 성공할 수 있는 기업들에게 유리한 상황 전개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 연구위원은 "수입품 원산지 국가는 EU보다 자국에서 탄소배출권 구매 후 CBAM 감면을 선호하게 된다"며 "이를 위해 탄소감축 목표 상향, 무상할당 축소, 배출 할당량 감축, 배출권 가격 하한 설정,선물·옵션 등 배출권 거래 유형 다양화와 같은 방식을 통해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한국은 지난 3월 기준 수출액 세계 6위로 수출 비중이 높고 최근 EU·미국등 선진 시장 비중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 또한 "인증서 가격은 배출권 시장 가격과 연동될 가능성 높아 배출권 가격의 상승 압력은 높아질 전망"이라며 "현재 유럽을 제외하고 침체된 국내외 배출권 거래제 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업실적에 부정적 영향 우려 = 다만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더 상승하면 탄소 감축을 위한 상장기업의 사회적 비용이 그만큼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할당배출권인 배출허용량을 지정받은 30대그룹 소속 92개 상장사의 탄소가격 시나리오별 탄소보상배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각사의 영업이익 대비 탄소 감축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업들의 3년 평균 영업이익과 탄소 감축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비율을 나타내는 탄소보상배율은 탄소 가격 17달러 기준으로 46.5다. 그러나 탄소배출권 가격이 각각 25달러, 40달러로 상승하면 탄소보상배율은 39.8, 26.5로 떨어진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현재 국내 거래소 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 가격은 단위당 17달러 수준인데 향후 국내 탄소 배출권 가격이 더 상승하면 탄소 감축을 위한 상장기업의 사회적 비용이 그만큼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탄소보상배율 10 이하인 기업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탄소 감축 관련 사회적 비용의 증가가 기업 재무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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