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독도체험학습

"우리는 12년 동안 '독도는 우리땅'만 배웠다"

2021-07-14 12:13:19 게재

교과서엔 신라 고려 조선시대 이야기들 뿐 … "정부, 도쿄올림픽 독도지도에 미온적 대응"

도쿄올림픽에 참여한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온 후 학생들은 '독도체험학습단'을 꾸렸다. 독도 구석구석 동식물과 수중생태계까지 탐방하는 '체험학습'은 해방 이후 최초로 기획된 학생중심의 현장교육활동이다.
일본이 꾸준히 독도영유권 주장과 교과서 왜곡을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와 독도 관련 기관은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매년 8월 15일 외교부와 교육부 대변인이 2분짜리 성명서(독도는 우리땅) 한장 낭독하면 끝이었다.

학생들은 대통령과 교육부장관, 외교부장관, 각국 대사관에 본내는 편지를 썼다. 청소년들은 '독도체험학습' 과정을 동영상에 담아 '우리가 만드는 독도교과서'를 유튜브로 제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독도와 해양 인문학 강의│독도로 가는 선박(해양대학교 한나라호)은 독도 수업을 진행하는 거대한 교실로 변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특강과 토론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우린 지난 12년 동안 학교에서 '독도는 우리땅'만 반복 학습한 거네요?" "샌프란시스코협약 내용과 그 배경에 대해서는 왜 안가르쳤지요?" "독도 강치를 멸종시킨 진짜 범인은 누구죠?" "미국은 왜 독도가 한국땅이라고 말하지 않는 걸까요?" "정부는 왜 도쿄올림픽 독도 왜곡과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지 않나요?" "50년, 100년 후에 국제사법재판소 입장은 어떻게 변할까요?"

일마이스터고 학생들의 태권도 시범.


'우리가 만드는 독도 교과서' 특강과 토론에 참여한 학생들은 연신 질문을 퍼부었다. 청소년들은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에 빨려들어갔다.

◆문 대통령과 각국 대사관에 보낸 편지 = 7일 밤, 독도체험학습을 마치고 마지막 프로그램인 '편지쓰기'가 진행됐다. 학생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유은혜 부총리, 외교부 장관에게 보내는 글을 자정이 다 되도록 정성을 들여 써내려갔다. 각국 대사관에 보낼 편지를 쓴 학생들은 "그런데 답장이 올까요?"라며 편지지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

"대통령님, IOC는 '올림픽에 정치적인 목적이 개입돼서는 안된다'며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반도 깃발에 독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도쿄올림픽에서는 일본이 억지를 부리는데도 허용했습니다. 억울하고 자존심이 상합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으셨지만, 마지막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독도가 영원히 대한민국 영토로 남을 수 있도록 자랑스런 대통령으로 기억되도록 힘써 주세요." (수원하이텍고 2학년 오현석)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님, 저는 독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체험학습을 와보니 제가 알고 있는 독도는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의 독도에 대한 견해는 무엇이었습니까. 샌프란시스코 협약은 왜 추진됐으며 동아시아 지배구조와 독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요?

일본이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독도강치와 삽살개를 무참히 살상했다는 사실, 오키나와 주둔 미공군이 독도를 폭격훈련장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우리는 왜 이런 역사를 배우지 못한 것일까요. 안용복 선생을 비롯한 민간의용대원들이 어떻게 독도를 지켰는지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삼국사기, 세종실록, 동국여지승람, 일본의 왜곡된 역사교과서 내용도 중요하지만 좀 더 사실에 근거한 쪽팔리지 않는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평택기계공고 임주윤)

"주한미국대사관님께, 대사관님도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을 알고계시지요?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와 함께 세계의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이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한국의 우방이고 상호 협력을 통해 공존하는 관계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실망입니다. 독도가 한국 영토임이 분명한데도 미국은 해방 후 지금까지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IOC의 이중적 태도는 참으로 불쾌합니다. 일본이 IOC의 든든한(?) 후원자라고 들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협약에 대해서도 미국의 정확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제 편지가 불쾌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꼭 답장을 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평택 청담중학교 정윤지)

◆독도, 울릉도보다 200만년 앞선 '형님' = 학생들이 대통령과 부총리, 외교부장관, 각국 대사관에 쓴 편지는 영문으로 작성해 발송하기로 했다.

청소년들은 과거 역사보다 해방 이후 근현대사와 연관된 독도 이야기를 더 많이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적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는 땅은 독도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를 비롯한 89개 부속도서로 이루어져 있다.

학자들은 독도를 500만년, 울릉도 나이를 300만년 정도로 보고 있다. 독도가 울릉도보다 형님뻘인 셈이다. 특강에 나선 해양대 교수들과 해양학자들의 강의가 쉴틈 없이 이어졌다.

1948~1952년까지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B-29 폭격훈련으로 독도의 형태가 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에 학생들은 물론 인솔교사 안전요원 강사들도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이번 제1회 독도체험학습단은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학생들로 구성됐다. 조별토론에 참여한 학생들은 독도 역사와 더불어 '독도의 비밀을 과학으로 풀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임지원(평택기계공고 3학년)군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독도를 미래사회에 더 큰 대한민국 영토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체험학습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몇몇 학생들은 "멸종된 독도강치를 로봇으로 만들어 사람과 소통하도록 해보자"는 제안을 해 관심을 끌었다.

최근 독도에는 '독도119'가 새로 공간을 마련했다. 독도 119는 큰 의미를 담고 있어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독도에 주소를 옮기는 일본인들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에 청소년들은 "우리도 대마도로 주소를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문수 국제해양문제연구소장은 "20세기 중반부터 바다 공간은 에너지 자원과 광물자원의 보고로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른바 12해리 영해, 12해리 전관수역,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의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것이 1982년에 제정된 국제해양법"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이런 맥락에서 독도는 해양 자원과 관련된 경제적 측면, 해양생태와 해양영토 담론과 관련된 학술적 측면, 안보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독도 탐험은 학생들의 참여와 창조적 해석을 통해 독도를 깊이 이해했다는 점에서 매우 새로운 시도"라고 강조했다.

독도체험학습, 정부지원 없이 민간기업·단체 후원으로 진행

독도체험학습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가 주최하고 울릉군, 경기도수중핀수영협회가 주관했다. 한국교과서협회 기능한국인회 한국교육시설안전원 바이오스마트(코로나19 나이팅게일센터) 고산재단 디앤액트(르까프) 대구은행 (주)내일신문이 후원했다. '나이팅게일센터'는 5일 배에 탑승하는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했고, 검사 1시간 만에 결과를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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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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